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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주의 미술산책(14)] yBa와 찰스 사치, 현대미술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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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주의 미술산책(14)] yBa와 찰스 사치, 현대미술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사치갤러리
사치갤러리
미술은 끊임없이 지역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그 중 지역 미술계를 넘어 세계 미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경우도 적지 않다. 유럽 미술을 주도하던 예술가들이 제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예술의 도시 파리는 잠시 주도권을 잃고 뉴욕이 20세기 현대미술의 성지가 되었었다. 그 이후 20세기 후반 현대미술의 도시라는 바통을 이어받은 주자는 바로 영국 런던이었다. 현재까지 홍콩, 베이징, 바젤, 베를린 등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도시들은 많아지고 미술계는 보다 다극화되었지만 영국은 17세기 네덜란드, 18-20세기 초 프랑스, 20세기 중반 미국에 이어 미술사에 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영국 현대미술이라는 한 획을 뚜렷하게 그었다.

Sensation 전시 포스터
Sensation 전시 포스터
현대미술 성지로서의 영국 런던. 그 중심에는 yBa, 그리고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라는 인물들이 있다. yBa란 'young British artists'의 약자로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yBa를 대표하는 작가가 바로 영국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이다.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미술대학에서 졸업을 앞둔 데미언 허스트가 동료들과 함께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열게 된다. 대학을 채 졸업하지도 않은 신진 작가들이 빈 창고를 무료로 빌려 조촐하게 열렸던 이 전시는 yBa 탄생의 기원이 되었고 런던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를 관람했던 영국의 유명한 컬렉터이자 미술품 딜러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는 영국의 신진 작가들을 후원하기로 마음 먹고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한 이들 젊은 작가 군단의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자신의 갤러리에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Young British Artists'라는 전시를 열면서 yBa는 영국 미술계에 열풍을 일으킨다.
Damien Hirst 대표작 'Jumping the Shark'이미지 확대보기
Damien Hirst 대표작 'Jumping the Shark'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마크 퀸(Marc Quinn),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게리 흄(Gary Hum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사라 루카스(Sarah Lucas), 더글러스 고든(Douglas Gordon), 이안 대번포트(Ian Davenport)등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차세대 영국 미술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각기 뚜렷한 예술세계를 가지고 있고 전통적인 회화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재료와 미디어를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기존의 주류 미술과는 다른 형식과 주제를 연구하며 개념미술이라는 장르를 보다 발전시켰다. 그 후 1997년 로열 아카데미에서 열렸던 '센세이션(Sensation)'전으로 yBa는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치가 소장하고 있던 yBa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열린 이 전시는 당시 3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미국 등 다양한 도시를 순회하게 된다.

Charles Saatchi이미지 확대보기
Charles Saatchi
찰스 사치는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립미술관인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를 열고 영국 작가들의 작품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등 영국의 현대미술이 끊임없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한 주역이다. 사치 갤러리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함께 영국 현대미술 작품을 만나기 위해 꼭 들려야만 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많은 yBa 출신 작가들은 영국 최고의 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고, 다양한 비엔날레에서 영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세계 미술계에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렇게 영국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게 되었고 많은 yBa 작가들을 배출했던 골드스미스 미술대학은 세계 최고의 미술학교가 되었다.

yBa 1988년 프리즈전시
yBa 1988년 프리즈전시
yBa 등장 이후 미술애호가들에게 영국은 더 이상 빨간 2층 버스, 홍차, 여왕과 해리포터의 나라가 아니다. 가장 감각적이고 발칙한 현대미술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 예술의 성소, 영국! 그 중심에 서있는 현대미술사의 새로운 주인공 yBa와 그들을 주목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찰스 사치는 명실공히 영국 현대미술 발전의 주역들일 것이다. 여러 지역미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이들의 또 다른 행보가 궁금해진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