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성지로서의 영국 런던. 그 중심에는 yBa, 그리고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라는 인물들이 있다. yBa란 'young British artists'의 약자로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yBa를 대표하는 작가가 바로 영국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이다.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미술대학에서 졸업을 앞둔 데미언 허스트가 동료들과 함께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열게 된다. 대학을 채 졸업하지도 않은 신진 작가들이 빈 창고를 무료로 빌려 조촐하게 열렸던 이 전시는 yBa 탄생의 기원이 되었고 런던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를 관람했던 영국의 유명한 컬렉터이자 미술품 딜러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는 영국의 신진 작가들을 후원하기로 마음 먹고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한 이들 젊은 작가 군단의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자신의 갤러리에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Young British Artists'라는 전시를 열면서 yBa는 영국 미술계에 열풍을 일으킨다.
찰스 사치는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립미술관인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를 열고 영국 작가들의 작품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등 영국의 현대미술이 끊임없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한 주역이다. 사치 갤러리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함께 영국 현대미술 작품을 만나기 위해 꼭 들려야만 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많은 yBa 출신 작가들은 영국 최고의 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고, 다양한 비엔날레에서 영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세계 미술계에 영향력을 끼쳐왔다. 이렇게 영국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게 되었고 많은 yBa 작가들을 배출했던 골드스미스 미술대학은 세계 최고의 미술학교가 되었다.
yBa 등장 이후 미술애호가들에게 영국은 더 이상 빨간 2층 버스, 홍차, 여왕과 해리포터의 나라가 아니다. 가장 감각적이고 발칙한 현대미술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 예술의 성소, 영국! 그 중심에 서있는 현대미술사의 새로운 주인공 yBa와 그들을 주목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찰스 사치는 명실공히 영국 현대미술 발전의 주역들일 것이다. 여러 지역미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이들의 또 다른 행보가 궁금해진다.
강금주 이듬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