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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지배구조⑦]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쇼핑 복사판' 우려…국민 눈속임용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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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지배구조⑦]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쇼핑 복사판' 우려…국민 눈속임용 지적도

신씨 일가 주식 조금만 내놓는다면 비싼 값에 주식 팔 수 있는 유동성만 부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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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전문기자]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드러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국민의 시선을 옮기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한다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상장한 롯데쇼핑의 사례를 보아도 호텔롯데의 상장은 또다시 롯데쇼핑의 복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2월 공모가 40만원으로 상장한 롯데쇼핑은 8월10일 종가 기준으로 20만4500원으로 주저앉았다.

9년이 넘도록 롯데쇼핑 주가는 서너차례 공모가 위로 잠시 올라갔을 뿐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도 롯데쇼핑 주식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롯데쇼핑의 주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듯했다.

주가가 나빠도, 회사가 망가져도 3분의 2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 이사직으로부터 해임될 염려도 없고 소액주주가 뭐라해도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쇼핑에 등을 돌린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치웠고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로 꼽힌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2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100%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호텔롯데가 공모를 한다해도 신씨 일가가 갖고 있는 주식의 일부만을 내놓는다면 오히려 신씨 일가에 비싼 값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유동성만을 부여하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주식을 조금 내놓는다고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매출액 4조7165억원, 영업이익 4073억원, 순이익 1845억원을 기록한 짭짤한 회사다. 무엇보다 국내 100여개가 넘는 계열사들의 지배권을 갖고 있어 호텔롯데를 장악한다는 것은 롯데그룹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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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롯데 상장시 개인투자자들이 지분 70% 차지하는 국민기업화 방안도 고려돼야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한다면 롯데쇼핑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신씨 일가가 갖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공모후 30% 수준에서 유지토록 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70%의 지분을 공모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면 호텔롯데의 상장은 국민기업화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롯데그룹은 국민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고 신씨 일가도 황제 경영에서 벗어나 소액주주들과 임직원들을 존중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일궈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곤두박질하고 있는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신씨 일가는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쇼핑의 주가가 공모가 40만원에서 반토막으로 떨어지게 된 데는 그동안 경영을 맡아온 신씨 일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신씨 일가는 롯데쇼핑의 공모가 40만원에서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들과 사내 공모주에 임했던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볼만 하다.

신씨 일가가 롯데쇼핑의 주가에 대해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을만한 조치를 취한다면 국민들은 롯데에 대해 다시한번 신뢰의 눈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호텔롯데의 상장과 같은 중차대한 내용은 롯데그룹 관계자의 얘기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롯데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서 상장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이 마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도 큰 생색을 내는 것처럼 관계자의 입을 빌려 호도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는 조처인 듯하다.

호텔롯데가 차제에 상장을 한다면 경영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넘기더라도 한줌의 의혹이 없는 상장을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며, 이는 롯데그룹 오너인 신씨 일가들의 분명한 의지 표현 없이는 불가능하다.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면서 롯데쇼핑의 상장과 같은 전철을 또다시 밟거나 지분 일부만 내놓고 마치 투명 경영을 실현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면 대(對)국민 눈속임용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대성 기자(애널리스트겸 펀드매니저) kimds@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