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훙하이라는 브랜드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전자제품 제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연 1위다. 그 엄청난 영향력이 숨겨져 있다는 뜻에서 흔히 ‘숨은 거인’ 또는 ‘숨은 제국’이라고 불린다.
훙하이의 그룹의 연간 매출은 1400억 달러 내외다. 포춘 글로벌500에서 세계 31위다. 13위인 삼성전자와 15위인 애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전자업체로서는 세계 3위다. 하청뿐만 아니라 스스로 제품을 제조하여 팔기도 한다. 이때 내거는 브랜드가 폭스콘이다. TV와 액정표시장치(LCD) 그리고 컴퓨터에서는 훙하이의 폭스콘 브랜드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훙하이는 종업원 수는 무려 120만 명에 달한다. 그 대부분은 중국 본토 사람들이다. 훙하이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8년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서로 대화도 일절 없던 냉전시대에 훙하이는 중국 선전에 공장을 지었다. 당시로서는 투자원금을 모두 떼일 수도 있는 매우 리스크 높은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중국 본토 투자야말로 훙하이가 세계 최대의 하청업체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됐다.
하청은 그 속성상 노동력의 확보가 성패의 열쇠다. 훙하이는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하여 그곳에서 인건비가 싸면서도 질이 뛰어난 노동력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선전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수가 50만 명을 넘는다. 선전을 ‘폭스콘 시티’라고 부를 정도다.
훙하이는 또 인수합병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하청생산을 하면서 기술을 눈여겨 보고 있다가 원청업체가 유동성 위기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때 인수를 해버리는 방식이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소니의 TV, 시스코 셋톱박스, 델 컴퓨터 PC, CMI의 LCD, 사이버 텐의 EMS, 프리미엄 테크의 디지털 카메라와 게임기 SCI의 PC 그리고 샤프의 TV와 LCD 공장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훙하이가 인수했다. 하청업체로서 이미 제조기술을 마스트한 상태에서 싼 가격으로 사들였기 때문에 인수 후 바로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원청 기업을 잡아먹는 무서운 전략이다.
훙하이 전체 생산품의 26%가 데스크톱 PC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훙하이에 가장 많은 돈을 안겨다 주는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최근에는 휴대폰 비중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네트워킹기기와 TV 그리고 일반가전, LCD 등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전자업체를 외국기업에 넘기지 말고 지켜내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일본 정부 주도의 산업혁신기구(INCJ)는 공적자금으로 샤프의 지분을 전량 인수한 다음 디스플레이 사업은 재팬 디스플레이(JDI)와 그리고 백색가전사업은 도시바와 각각 합병하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결국 훙하이에 샤프를 넘겼다.
훙하이는 인수제시 가액을 5000억 엔에서 무려 7000억 엔으로 올렸다. 그 돈의 힘으로 훙하이는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샤프 인수로 훙하이는 디스플레이와 백색가전 등에서 하청이 아닌 원청에서도 일약 세계 선두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훙하이는 더 이상 숨은 거인이 아니다.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면서 숨어서 위탁생산하는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앞날을 열어가는 전자산업의 ‘드러난 실세’로의 대변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과 함께 전자산업의 패권을 겨루는 한판승부가 오고 있다.
5년 내에 배신자 삼성전자를 잡겠다는 궈타이밍의 호언장담이 주목된다.
김대호 경제연구소 소장 겸 대기자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