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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장가가다' 속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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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장가가다' 속에 담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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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남자가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때 "자네도 장가들 나이야"나 "그 친구 장가는 일찍 갔구먼"이라면서 '장가들다'나 '장가가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장가는 오는 것이 아니라 왜 가는 것'일까요?

‘장가가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우리말유래사전’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장가(丈家)’란 말은 한자어로 어른 ‘장(丈)’자에 집 ‘가(家)’자를 씁니다. 장인(丈人), 장모(丈母), 빙장(聘丈)어른이라고 할 때의 ‘장(丈)’자이므로, 말 그대로 풀이하면 남자가 장인, 장모 집인 장가(丈家)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 말의 유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구려 시대에는 모계중심 사회였습니다. 모계중심 사회에서 내려오는 풍습에 따라 남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신부 집에서 일을 하고 함께 살면서 첫 아이를 낳으면 비로소 독립해 나가도록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풍습이 없어졌지만 그 유습의 흔적이 남아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식 결혼 후에 신랑이 신부 집에서 사흘 동안 묵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간다거나 들어가는 풍습에 따라 ‘장가들다’나 ‘장가가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시집가는 것’에는 어떤 유래가 있을까요.

‘시집가다’는 '여자가 혼인을 한다'라는 뜻입니다.
‘시집’은 시가(媤家) 또는 높임말로는 시댁(媤宅)이라고 하는데 결혼한 남자의 집을 일컫습니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남자의 집에 들어가 산다고 하여 여자가 혼인하는 것을 '시집간다’는 말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시집’은 여자가 새로운 어른들을 섬기며 사는 새로운 가문을 뜻하는 '새로운 집'을 일컫는 '새집’이 ‘싀집’, ‘싀집’이 ‘시집'으로 음운변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집’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여인이 늘 마음을 써 섬겨야 한다는 뜻을 살려 시집 '시(媤)'자를 만들어서 시댁(媤宅)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겁입니다. '시(媤)'자가 들어간 말에는 남편의 부모인 ‘시부모’(媤父母), 남편의 집인 ‘시가’ 또는 ‘시댁’, 남편의 동생인 ‘시동생’(媤-)이 있습니다. '시(媤)'자는 원래 중국의 한자가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낸 한자라는 설도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그에 더해 '내 집'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세대', 그리고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장가가라' '장가들어라' '시집가라'란 말은 조심스럽고도 가려서 써야 하는 우울한 시대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