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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제철에 나오는 토종음식으로 건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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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제철에 나오는 토종음식으로 건강을 지키자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신토불이’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기 땅에서 나온 음식을 먹고 살다가 자기가 살고 있는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신토불이의 원칙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장수마을 사람들은 수 천 년 동안 신토불이의 원칙에 따라 지역에서 나오는 전통 토종음식을 먹고 살면서 오늘도 건강한 장수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토종음식이 좋은 이유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그 지방의 기후, 풍토,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공이나 냉동 과정 없이 생산된 직후 바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수확 후 오래 저장된 식품은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영양소가 파괴되고 맛이 떨어진다. 또한 세계적으로 널리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가공하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기 때문에 영양소가 파괴되고 저장기간이 길어질수록 산화작용 등 각종 화학반응이 일어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이유도 교통이 발달하고 외부와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토종음식은 사라지고 외부에서 생산된 가공식품들이 장수마을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토종음식에는 식물성 식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성 식품도 신토불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대표적인 동물성 식품은 토종닭이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닭들은 병아리 종자 회사들이 빨리 성장하도록 품종을 개량한 것이라 맛이 토종닭에 비해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토종닭을 찾는 사람이 많아 최근 세계 각처에서는 토종닭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나 벨기에에서는 토종닭을 자연 상태에서 방목하여 사육한 닭에 인증 마크를 붙여 팔고 있는데 다른 닭에 비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먹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먹자는 운동은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각처에서는 자기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목록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새벽시장이나 농산물 직거래 시장(파머스 마켓)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달걀, 우유, 고기를 사용해서 요리하는 식당을 운영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제철에 맞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봄철에는 산나물을 캐먹고, 여름철에는 텃밭에서 나오는 각종 채소를 먹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가을철에는 각종 채소는 물론 사과·포도·감 등의 각종 과일을, 겨울철에는 배추와 무로 담근 김치를 먹으며 지냈다. 늦가을에는 콩으로 메주를 쑤고 겨울에는 메주를 띄운 뒤 봄에는 메주를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을 담가먹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비닐하우스가 발달하여 제철 과일, 제철 채소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 요즘 아이들은 딸기가 어느 철에 나는지 잘 모른다.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축복 받은 혜택이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채소와 과일은 햇볕을 덜 받아 엽록소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와 각종 생리활성물질의 생성도 적어지므로 제철 과일과 채소에 비해 영양 성분이 줄어든다.

또 같은 토양에서 여러 번 작물을 반복해서 재배하다 보면 토양 속에 들어 있는 각종 영양소가 적어지고 그 속에서 자란 식물체는 연약해지게 마련이다. 식물체도 자연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라야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것보다는 자연환경 속에서 햇볕과 토양의 기운을 듬뿍 받아 자란 것이 엽록소와 같은 생리활성물질이 더 풍부하며 밭에서 재배한 것보다는 깊은 산속에서 야생으로 자란 것이 식이섬유와 생리활성물질이 더 풍부하다.

장수마을의 노인들이 고립된 장소에서 전통 음식을 고집하듯이 우리 민족도 수천 년 동안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길러먹고, 겨울철에는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하여 김치를 먹고 지냈다. 늦가을에는 콩으로 메주를 쑤어 한겨울 내내 메주를 띄웠다가 간장과 된장을 담가먹었다. 간장, 된장, 고추장, 떡 등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대부분 거친 재료로 만들며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식혜, 수정과 등 우리의 전통음료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식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산물을 오랫동안 발효시켜서 먹는 젓갈이나 가자미와 같은 생선에 무, 조밥, 고춧가루, 마늘, 엿기름 등을 넣어 삭힌 식해, 통밀을 거칠게 부수어 만든 누룩과 쌀을 발효시켜 막 걸러낸 막걸리도 슬로푸드이며 전통음식이다. 이처럼 오염되지 않은 재료로 오랜 기간에 걸쳐 발효시킨 전통음식이 웰빙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