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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육감의 정치, 교육감에 대한 정치, 국민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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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육감의 정치, 교육감에 대한 정치, 국민의 정치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
근대사회에 비하여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정책의 영역이 크게 확대되었다. 국가 차원, 정부 차원의 정치·정책이 모든 국민의 모든 생활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 학습의 시간과 공간적 영역이 확대되면서 교육·학습이 국민 생활전반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교육정책이 교육·학습에 크게 영향을 주며, 그로 인해 국민 개개인의 삶과 국가공동체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한 국가의 교육정책은 곧 그 국가의 정치의 소산이다.

정치가 “한 사회의 가치들을 권위적으로 배분”이라는 이스턴(1953)의 견해를 존중한다면, 교육내용(교육과정)과 교육제도(교육체제)의 결정과 추진, 교육기관 형성, 교육권과 학습권 보장도 정치과정의 결과이자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교육·학습에 크게 영향을 주며, 그로 인해 국민 개개인의 삶과 국가공동체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학부모로서의 삶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스턴의 견해보다는, 이를 수정하여 “정치란 희소가치의 현실적인 분배 방식을 규명한 후, 이상적인 분배방식을 추구하여 바람직한 인류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라는 박준영 등(2001)의 견해를 존중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교육정치를 “현실적인 교육정책의 내용과 과정을 규명한 후, 이상적인 교육정책을 추구하여 바람직한 인류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으로 규정한다. 달리 표현하면, 교육정치란 “교육분야에서의 희소가치의 현실적인 분배 방식을 규명한 후, 이상적인 분배방식을 추구하여 보다 나은 교육과 학습,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치가 “한 사회의 가치들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면,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관련된 행위는 대부분 정치적 행위이다. 즉, ‘교육감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이 무상급식이나, 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의 예산배분 문제 등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명백한 정치행위이다. 자신의 권한이 아닌 대입제도에 대해 ‘수능 폐지’와 같은 주장을 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정치행위이다. 교육청 내에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하던 인사들을 발탁하여 요직에 배치하는 것도 정치행위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정치행위들이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행위이다. 그 과정에 특별한 법적 하자만 없다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수는 없다. 현재 법령에서 교육장공모제,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고, 절차를 거쳐 선정된 최종 후보 중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인사를 교육장과 교장에 임용하는 것도 정치적인 행위이지만 그 자체로는 합법적이다.

‘교육감에 대한 정치’, 즉 교육감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치적 공격도 강화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의 교육감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비록 대통령령이지만,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기구인 감사원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감에 대한 중앙정부의 이러한 정치적 공격은 사실상 일부 교육감의 무상급식 추진이나 교과서국정화 반대에 대한 정치적 공격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이러한 갈등을 통해 교육감직선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통합형교육과정을 통한 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 필수화, 그리고 학교의 방과후학교 선행교육 금지, 학생부 내신 중심의 대입체제 공고화 등도 교과서와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합법적 규제와 통제를 통해 체제순응형 인간을 양성하려는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감직선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쟁점화시키려는 한국교총 회장의 행위도 사실상 정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거나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으나,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정치적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회의원 선거,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전교조의 정치적·정책적 주장을 교육에 반영하려는 행태 역시 정치적인 행위이다. 한국교총도 최근 총선교육공약추진단을 구성하여 정치적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위 역시 위법이 아닌 합법적인 정치행위이다. 필자가 보기에 모두 정치적인 행위를 매우 심하게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서만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언급한 ‘교육감의 정치’, ‘교육감에 대한 정치’ 행위는 사실상 교육감직선제로 인해 심화된 측면이 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감에게 교육권력이 집중된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육감직선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각하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교육감의 법적 권한을 줄일 수도 없다. 교육감의 법적 권한의 핵심은 정책결정권, 예산편성·집행권, 그리고 인사권에 있다. 특히 전문직 선발을 포함한 교육청 내부 인사권, 교감 근무평정에 근거한 승진 장악 그리고 공모제를 거친 뒤 최종 임명권으로 인해 선거를 전후한 줄서기 행태가 강화된다. 한 마디로 교육관료, 교원들에게는 거대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필자는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이지만, 학습자 지향의 교육철학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교육이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정범모, 1968)”라는 교육중심의 관점을 거부한다. 교육은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지원·조장·촉진하는 (교육자의) 적극적인 활동”이며. 그럼으로써 “교육과 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을 실현하도록 돕는 활동”이라고 이해한다. 이러한 교육 개념 정의는 다소 규범적인 정의이기는 하지만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필자는 교육정치를 “현실적인 교육정책의 내용과 과정을 규명한 후, 이상적인 교육정책을 추구하여 바람직한 인류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으로 규정하였다. 교육정치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교육정책의 내용과 국가의 교육정책이 결정·집행되는 전반적인 정치과정과 그 정책내용을 규명한 후, 국민(학생·학부모·주민)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상적인 교육정책의 내용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감의 정치’ 그리고 ‘교육감에 대한 정치’는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정치행위일까?

‘교육감의 정치’ 그리고 ‘교육감에 대한 정치’는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정치행위가 정치중립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감의 정치’만이 아니라, ‘교육감에 대한 정치’도 철저하게 정치행위이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정치행위냐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정치행위냐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러한 정치행위가 누구의 의사와 이익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행위를 통해 나타난 결과가 바람직한가, 정치행위를 통해 누가 이익을 보았나 하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감의 정치’ 그리고 ‘교육감에 대한 정치’가 ‘국민의 정치’ 즉 올바른 교육정치가 되고자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하며 시급한 교육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올바른 정치행위여야 한다. 근본적이고 중요하며 시급한 교육문제는 외면하고, 현상적이고 지엽적이며 덜 중요하고 덜 시급한 교육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교육정치가 아니다. 교육문제와 그 원인에 대한 정확히 분석에 기초하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정치행위가 인간의 기본권 존중과 사회적 약자 우선 배려라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반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정책, 어떤 정치행위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약자 우선 배려라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이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을 경우 그 정책, 정치행위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정치행위와 정책내용이 교육감이나 교육전문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되고, ‘국가·사회 전체, 국민 다수의 입장에서’, ‘국민 다수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하며 시급한 교육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약자 우선 배려라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책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교육문제를 국가·사회 전체, 국민 다수의 입장에서 다루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민 다수, 학생·학부모 다수의 이익과 행복을 해친다면 그것은 올바른 교육정치행위라고 할 수 없다.

넷째, 교육문제를 국가·사회 전체, 국민 다수의 입장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교육정치행위를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한 특정 정치집단의 정치권력의 획득, 유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특정 계층이나 이익집단의 이익과 권리 획득, 유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전교조나 교총이나, 어떤 특정 계층도, 어떤 이익집단도, 어떤 개인도 교육정치를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모든 교육정치 행위자들은 자신의 정치행위가, 자신의 가치지향이 전체 학생, 전체 국민의 요구와 지향, 행복 실현을 지원하고 촉진하는지 아니면 저해하고 가로막는지 항상 성찰하여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정치 행위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덕목은 자신의 겸손이다. 교육을 가장 크게 망치는 사람은 자신의 교육관, 교육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지나친 확신, 오만, 독선을 버리고, 비판과 토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대한 다수에 의한 합의를 끌어내고, 그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교육감과 교육부, 교원단체를 비롯한 모든 정치행위자가 자신들을 위한 교육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학생·학부모를 위한 ‘국민의 정치’를 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잠깐의 이익과 영달은 있을지언정 결국, ‘국민의 정치’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민의 정치’에 의해 심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감의 정치’, ‘교육감에 대한 정치’보다 오류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명백하다. 교육현장의 다수 교원이, 그리고 다수의 학생·학부모가, 국민이 당신의 행위를 지켜보며, ‘국민의 정치’에 의한 심판을 준비하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