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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절경제학] 이발비 안 받으려 한 이발소 사장님과 승강이 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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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절경제학] 이발비 안 받으려 한 이발소 사장님과 승강이 한 사연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
필자가 10년이 넘게 이용하는 단골 이발소가 있다. 60대 후반의 사장님은 이 일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화려한 시설의 이발소와는 거리가 멀다. 면도사도 따로 두지 않고 혼자서 일을 한다. 3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이발 의자가 2개에 불과하다. 이발 요금도 1만원을 내면 1000원을 거슬러 준다. 큰 벌이는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해서 아이들 키우고 장가도 보냈단다. 지금은 면도거품을 사용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비누거품을 이용했을 정도다. 알뜰이 몸에 밴 분이다.

이 분이 어느 날 이발을 마친 필자가 돈을 내밀자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응대했다. “국장님! 오늘은 돈 안 받겠습니다. 그냥 서비스하겠습니다.” “왜요?” 이렇게 밀고 당기고 하다가 결국 5000원만 주고 나 역시 엄청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발소를 나왔다.
이 소동의 사유는 이렇다. 필자는 이발소에 들어서면 정말 친형을 만난 것처럼 인사를 했다.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대가를 치렀으니 그냥 나오면 그만이지만 난 꼭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말없이 들어왔다가 이발만 하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나간다. 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반말조로 대한다.

이발소 사장님이 오늘 돈을 안 받겠다고 한 이유는 필자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이후에도 요금을 내면 거스름돈을 반값이나 내 주곤 해서 이상한 승강이(?)를 벌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발소 사장님은 그동안(하루 이틀이 아닌 몇 년 동안) 필자를 대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필자가 공직에 있으면서 출근할 때는 나만의 출근 매뉴얼이 있었다.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출근하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바로 자기 방으로 직행한다. 전망이 좋은 기관장실에 들어가면 부속실 담당직원이 타 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조간신문을 펼쳐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고객만족을 좀 잘 해보려고 하면 이런 일상을 조금 바꿔볼 것을 권장한다. 필자는 이 분야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했다. 일주일에 2~3번은 조금 일찍 출근해서 1층부터 마지막 층까지 모두 돌면서 전 직원에게 정겨운 인사와 함께 악수례를 했다. 처음엔 새로 부임한 국장이니까 그랬겠지 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면서 계속 이렇게 하니까 100명이 넘는 직원과 모두 자연스레 가깝게 되었다.

기관장이 이렇게 하면 다른 간부들 역시 그렇게 배우고 따라한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있는 실내 분위기를 직접 살펴볼 필요도 있었지만 나와 함께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직원들 중에 특히 외근을 하는 집배실 직원이 안전사고로 입원을 하면 꼭 병문안을 두 번 이상 갔다. 한 번은 의례적인 것으로 담당과장을 대동하고 갔지만 1개월 이상 입원해 있는 직원이 있으면 두 번째는 나 혼자 찾아갔다. 병원에 입원했던 어느 직원이 퇴원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병문안을 두 번 이상 온 사람은 국장님이 처음이었습니다”라고.
필자가 얘기한 것은 고객만족사례 중에서도 주로 내부고객만족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부고객만족을 위해 월별 합동생일파티를 한다거나 워크숍이나 회식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다”라고 수없이 복창을 했지만 희망처럼 결과는 그렇게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서 함께 하기를 원하고 그럴 때 팀워크의 효과가 나온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게 바로 인격이다. 친절을 의무로 배운 사람은 직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 지긋지긋한 고객만족”하면서 딴전을 피운다. 하지만 친절이 인격이 된 사람은 근무 중일 때는 물론 퇴근시간 이후에도 그리고 그 직장을 퇴직해도 사람 사랑을 그만두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인격자다. 이런 사람이 최고경영자(CEO)로 오고 간부직으로 오게 되면 그 조직은 머지않아 고객만족을 위한 교육이 없어도 된다.

필자가 1994년도에 체신부(지금 우정사업본부 전신)에서 선정한 전국 친절봉사 최우수직원의 일원으로 일본 도쿄 중앙우체국을 공식 방문했는데 한국에서 온 우리 측과 일본 도쿄중앙우체국 간부들과 마주 앉아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를 포함한 한국 직원들이 일본 직원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친절한지를 질문했다.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친절봉사라는 직장교육 커리큘럼을 모두 없앴습니다. 지금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고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당시로는 참 충격적인 대답을 들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6월 초였는데 회의실이 더워서 상의를 벗고 회의를 하자고 했다. 우리 쪽은 상의를 벗자 상의 가슴에 달았던 명찰이 모두 사라졌지만 일본 측은 와이셔츠에 또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함께 갔던 한국 대표들은 그 모습에 정말 혀를 내둘렀다. 상대방을 배려한 친절은 여기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필자가 총괄우체국장(시군구단위 우체국장)이 되고 난 이후부터 집배실 환경을 국장실 이상으로 개선했던 것도 사실은 우리 직원들을 자주 찾아보면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한 최우선 배려였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을 자주 만나고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통하면 그 다음은 무엇이든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친절이 의무가 아닌 인격이 되면 행복은 절로 따라온다.

개인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지만 세대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된 지금이야말로 윗분일수록, 간부직에 있는 사람일수록, 사람을 사랑하는 친절한 인격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진심이 담긴 친절한 인격, 누군가에게 한번 베풀어 보기를 권한다. 고맙습니다.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