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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경제학] 불만 민원인이 평생 고객이 된 사연…'고객은 왕'이지만 직원이 먼저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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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경제학] 불만 민원인이 평생 고객이 된 사연…'고객은 왕'이지만 직원이 먼저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
필자는 새로 부임한 곳에 가면 국장실 전화를 가끔은 직통으로 바꾸어 국장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전화는 내가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두었다. 일반상식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직원들도 의아해하면서 “그렇게 하시면 국장님이 다른 일 못합니다.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한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나 기관단체장들은 자기에게 걸려온 민원전화를 부속실이나 담당부서에서 먼저 받아 처리하게 한다. 골치 아픈 민원일수록 적절하게 답변을 하고 거기서 종결하는 것이 상사를 위한 능력 있는 직원들의 역할로 미덕처럼 하고 있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고객만족을 비전으로 하는 많은 기업들이 민원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이다. 콜센터를 통해 완벽한 민원처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더라도 이렇게 해서는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은 실현할 수 없다.

필자는 영업과 민원실장으로 재직할 때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국장이 되고부터 나름대로 원칙을 정한 것이 있다. 첫째, 1년 중 한두 번은 “오늘부터 몇 주간은 국장실로 걸려온 전화는 내가 받을 것입니다”라는 것과 둘째, 그 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국장을 바꿔달라고 하는 민원전화가 오면 지체하지 말고 꼭 국장실로 돌려주세요”라고 한 것이다.

최고책임자를 찾는 민원전화일수록 연결만으로도 민원이 해결되었던 사례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콜센터 직원들이나 일선 직원들을 회의실에 불러 모아 친절교육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전화응대 점수가 시원찮게 나와서 또 재교육을 했던 사례가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고객감동을 실현하는 조직이라면 100건의 전화 모니터링 중에서 99건 정도는 ‘매우만족’을 받아야 한다. 그건 감정근로자를 혹사하는 일이고 비인격적인 처사라고 하실 분이 있겠지만 문제는 최고 책임자부터 민원전화 업무처리를 중요시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담당직원들도 자긍심을 갖게 되고 그런 결과로 ‘매우만족’한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다.

비가 좀 오는 어느 날 국장실로 이런 전화가 왔다. "거기 00우체국장입니까?" "도대체 배달을 뭐 이 따위로 하는 겁니까?" "비가 오는데 편지를 수취함에 넣고 가면 어떡합니까? 외국에서 온 우편물이 빗물에 다 젖어서 볼 수가 없습니다. 물어내요" 이런 내용이었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원이었다. “아니 수취함에 넣어둔 우편물이 비에 젖은 것도 집배원 책임입니까?" 오히려 내가 이렇게 따져야 했다.

하지만 그 민원인은 이미 국장실로 전화하기까지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상황이어서 내가 그렇게 얘기했더라면 아마 더 큰 소리를 지를 기세였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원일수록 그 전에 심상치 않은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수취함에 빗물이 들어갔군요. 잘 알겠습니다. 우리 직원이 들어오면 고객님 댁을 확인해서 다음부터는 비가 오는 날엔 꼭 집 안으로 배달하도록 하지요." “저희가 조금만 수고를 더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여기까지 내 얘기를 듣던 그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국장님하고 전화를 하니까 말이 통합니다. 제가 왜 국장님을 바꿔 달라고 한 줄 압니까?” “나도 알 건 아는 사람입니다.” “도대체 직원들이 전화를 뭐 그렇게 받습니까?”

내 속으로 바로 느낌이 왔다. “아~ 무슨 일이 있었구나” “네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나도 수취함 새 것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오늘 일은 좀 섭섭해서 전화를 했는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대뜸 그게 왜 우리 책임입니까?” 이렇게 나오니 나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곳은 수취함이 건물 안 쪽 입구에 설치해 두었지만 단독주택의 경우나 농어촌지역에서는 수취함을 대문 바깥쪽에 걸어 둔다. 이런 수취함이 오래 되면 녹이 슬고 누수가 되어 비가 오면 당연히 빗물이 스며들게 마련이다. 그런 수취함을 새 것으로 교환하지 않은 본인 탓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집배원이 배달을 잘못한 것으로 민원전화를 했으니 우리 직원은 그렇게 응대한 것이다. 엄격하게 따지면 우리 직원의 잘못은 없다. 굳이 잘못을 따진다면 인격적 친절마인드의 부족이다.

문제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민원을 잘 해결하면 그 고객이 평생고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고객만족은 100사람의 민원 중 단 1사람의 민원도 그냥 넘기지 말고 만족하게 처리해 주는 것이다. 앞서 민원을 제기하신 분의 경우도 그렇다. 담당 집배원이 비가 오는 날에 외벽에 걸어둔 수취함에 우편물을 넣어두면 비에 젖을 것을 충분히 고려했더라면 그런 민원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전화를 받았기에 이후 조치를 이렇게 했다. 담당 과장과 팀장 그리고 집배실 직원 모두가 이 민원에 대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민원인이 새 수취함을 사서 달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결론은 이렇게 내렸다. “우리가 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는 셈치고 오래된 우편 수취함을 좀 고쳐주자" 장판지 가게에 가서 팔다 남은 장판을 싼 값에 사왔다. 수취함 윗면 크기로 잘라서 본드 바르고 그냥 붙여주면 된다는 것이다.

힘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알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간단한 서비스로 결과는 아주 대단했다. 이후의 고객만족 전화 모니터링에서 거의 올 백(All 100)을 받았다. 그리고 앞서 민원을 제기하신 고객은 물론 다른 주민들도 스스로 새 수취함을 사 달았다. 아주 작은 수고로 일석이조의 큰 효과를 본 것이다.

만약 그 때 그 민원 내용을 내가 몰랐더라면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 그런 민원은 계속되었을 것이고 연유를 모르는 책임자는 "왜 전화응대 성적이 이렇게 저조합니까?" "교육을 더 하세요." 했을 것이다. 책임자가 되면 폼 나게 훈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민원전화를 직접 받기도 하고 ‘민원사항처리부’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책임자가 되자.

그리고 민원실 직원들과 함께 하는 미팅도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 보자. 책임자가 이렇게 하면 담당직원들은 더 친절하게 응대한다. 왜? 우리가 하는 일을 책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고객은 왕’이지만 직원이 먼저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알자. 이런 노력이 쌓여서 고객만족 최우수 5승을 했던 것 같다. 고맙습니다.
권종대 친절서비스문화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