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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경제칼럼] KT&G 담배 'Timeless time'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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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경제칼럼] KT&G 담배 'Timeless time' 이야기

임실근 한국에너지공단 이사
임실근 한국에너지공단 이사
담배가 처음 일본에서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1622년(광해군 14년). 이때 공식 이름은 남령초(南靈草)였다. ‘남쪽에서 들어온 신령스러운 풀’이란 뜻이다. 조선 담배는 품질이 좋아 청나라 수도였던 선양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밀무역이 성행하고 고위관리들까지 조선담배를 피웠을 정도로 품질과 맛에서 최고 수준이었던 것이다. 담배라는 말은 원래 ‘담바고’에서 나왔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李裕元)이 쓴 ‘임하필기’에 남쪽 오랑캐 나라(南蠻國)에 담파고(淡婆姑)라는 여인이 담질(痰疾)을 앓다가 남령초를 먹고 병이 낫자 그 여자 이름을 따서 담바고라고 이름을 지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담배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했지만 담배가 일본에서 들어온 지 20여 년 만에 양반 사대부들과 평민들이 대부분 담배를 피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백성들은 손님을 대할 때 차와 술로 대접하던 것을 담배로 대신하기도 하면서 담배를 ‘연다(煙茶·연기로 만든 차)’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인조실록에서 담배는 “소화를 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오래 피우면 간의 기운을 손상시켜 눈을 어둡게 한다”고 했다. 또한 오래 피운 자가 유해무익한 것을 알고 끊으려고 해도 끝내 끊지 못하니 ‘세상에서 요망한 풀’이라고 했다.
과거 담배인삼공사(KT&G)가 2000년 7월 출시한 ‘timeless time’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당시 필자는 담배를 하루에 2갑을 피웠기에 담배인삼공사가 과연 ‘고급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가?’ ‘외산 담배보다 맛이 부드럽고 자극이 없어 보이는 이런 담배를 만들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담배인삼공사는 ‘마케팅 전략 개발차원’에서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으로 제품 개발을 시도했고, 소비자 입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프로모션 전략, 전술을 수립하여 조직적인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았다는 관점에서 한국 마케팅 역사에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과거 전매사업이 독점 시절에는 담배인삼공사의 신제품은 곧 성공제품이었다. 초기 유통시장 개방으로 경쟁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아직 국내 유통망 확보가 부족하고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브랜드파워가 형성되지 않았었다. 특히 외산담배를 배격하는 애국심 등이 강하게 잔존하던 시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청자’ ‘신탄진’ ‘거북선’ ‘솔’ ‘88라이트’ 등을 거쳐 개방 초기의 ‘THIS’ ‘오마샤리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경쟁업체의 유통망 확충과 프로모션 활동 강화, 다양한 경쟁제품 시판, 소비자 개성 다양화, 국제경쟁체제 가속화 등 소비 패턴의 변화로 더 이상 유지될 수는 없었다.

1996년 유통개방 이후 ‘겟투’ ‘시나브로’ ‘디스플러스’ ‘한마음’ 등에서 보듯이 이제 소비자는 국산담배인 공사제품이 아니라 많은 외국 제품까지도 선택하게 되었다. 따라서 1998년 당시 공사는 과거 전통적인 생산자 위주의 마케팅에서 탈피하고, 소비자 위주의 마케팅 체제 전환과 소비자에게 단순하게 선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했다. 지금의 ‘소비자시대’에서는 당연한 말이다. 당시 서비스 강화를 위한 차량배달, 주문제도, CS운동, 외상거래제도 등 판매점을 위한 한정된 노력은 있었지만 모든 조직이 토털마케팅 체제로 바뀐 것은 놀라운 발상이었다.

당시 개발 과정에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콘셉트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언어적인 표현인 네이밍(Naming), 구체적인 포장 디자인(Package Design), 광고나 S/P전략기획 등에서 마일드 세븐과 대비하여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롱런 브랜드로 육성되지 못한 이유와 대소비자 포지셔닝 전략 부재를 어떻게 최종 목표인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으로 정착시킬 것이냐”를 두고 관련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 과정을 거쳐서 판단을 했다.

외부포장의 느낌과 컬러감각, 고급성, 세련미를 내부포장에서도 도입했으며 최종 판매가격은 주 타깃인 ‘THIS’ 가격 1100원과 가격 격차를 줄이면서 ‘필립모리스’가 1300원과 ‘필립모리스 수퍼슬림’ 1500원, BAT사 ‘켄트 수퍼라이트’ 1300원 등을 고려하여 중간 가격 시장 공략이 용이하여 1400원으로 결정되었다. 광고·판촉 전략에서는 ‘마일드 세븐’의 사례처럼 포지셔닝 전략의 구체화를 위하여 ‘time’ 제품의 콘셉트는 ‘Peace of Mind’에 초점을 맞추었다.

‘time’ 판촉의 핵심은 담배 네트워크에 대한 재정립이었다. 판매시장을 세분화하여 판촉 활동을 차별화했고 최저 판촉비용으로 효과성을 확보했으며 CVS·대형오피스·대학매점·번화가 등에 광고비와 진열비, 리베이트 등을 책정했다. 결론적으로 ‘time’의 개발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어느 제국이나 어느 상품이나 영원불멸한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브랜드는 탄생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의미를 새겨보면서 당시 ‘마케팅장군’에 의해 담배인삼공사가 새로운 기업 이미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임실근 한국에너지공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