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는 6일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에서 2018년까지 총 8600억엔을 투자해 최신 대용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본격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담당자인 나루케 야스오(成毛康雄) 부사장은 “도시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키워드는 3D(3차원)”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회로의 미세 가공 정도는 이미 10나노미터 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사실상 더 이상의 미세화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메모리 소자를 수십 층까지 겹쳐 쌓고 용량을 늘릴 수 있는 3D 메모리로 눈을 돌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
올 봄 미국 하드웨어 제조업체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작공장인 욧카이치(四日市) 공장에서 3D 메모리 양산에 돌입한 도시바는 지난 5일 2017년 50%, 2018년에는 80%대 초반까지 생산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향후 3년간 반도체 메모리 증산을 위해 양사가 1조5000억엔(약 16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나루케 부사장은 “3D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엄청난 투자액 발표와 경영진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해 7월 터진 1조45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최근 다나카 히사오(田中久雄) 전 사장 등 임원 3명이 사임하고, 구조조정과 사업 매각으로 겨우 버텨가는 상황을 주시하라는 것.
3D 메모리의 품질 경쟁력이 어느 수준까지 갈지도 의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에는 투자 시기가 늦었고, 미국 인텔-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도 3D 전환을 시작한 상태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가 3D 메모리 양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사업으로 2018년 매출액을 2016년 예상치 대비 27% 증가한 9500억엔, 영업이익률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한 도시바의 반격은 성공할까?
한 업계 관계자는 “회계 부정 사건에 따른 경영 악화, 메모리 단가 하락과 불확실한 시황, 브렉시트로 인한 엔화 상승세, 3D 메모리 경쟁력, 중국 업체의 3D 메모리 시장 진입 등 당면한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