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하게 될 차기 총리 경선에서 EU 잔류파인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59)과 탈퇴파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53)이 맞붙었으나 보수당 하원의원 대부분은 메이의 손을 들어줬다.
메이 장관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브렉시트 찬성파와 반대파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받아 기쁘다”며 “지도력을 발휘해 보수당을 재단결시키고, 브렉시트 교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 2차 투표 모두 메이 장관이 압승했지만 결선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9월 8일로 예정된 최종 투표까지 2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이 기간 두 후보의 자질과 정책이 검증되기 때문에 표심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렉시트 결정만 놓고 보면 찬성파인 레드섬으로 표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20년의 의원 경력이 있는 베테랑 정치인 메이는 2010년 여성평등부 장관을 거쳐 현재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투표 후 브렉시트 결과를 존중한다고 발표해 당 내외부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메이는 “총리가 되어도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리스본 조약 50조를 올해 안에 발동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레드섬은 메이와 상반된 공약을 내걸고 있다. “브렉시트 문제는 시급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며 탈퇴 협상을 신속히 마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 레드섬 캠프는 이르면 2017년 봄 브렉시트를 시행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fast-track) 일정표를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장관이든 레드섬 차관이든 새로 취임하는 여성 총리는 EU와의 탈퇴 협상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 특히 둘 중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브렉시트 등 영국이 헤쳐가야 할 문제들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차기 총리 선출은 9월 8일 15만 명의 당원 투표를 거쳐 9일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