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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대답이 나오게 질문하면 태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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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대답이 나오게 질문하면 태도가 바뀐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93회)] 때론 나도 남이다!

자신의 마음 알 수 있는 내적 단서
대부분은 분명하거나 강하지 않아
스스로도 정확하게 자각하지 못해
무슨 일이든 재미 느끼게 해줘야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게 돼
외부 요인으로 돌리지 않게 해야

“남자친구의 마음을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젊은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소위 ‘연애상담’을 하게 되는데, 제일 궁금한 것이 상대방의 마음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차치하고 ‘좋아하는지’조차 확실히 알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모두가 개인적으로 경함한 일이니 답답한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뽀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널리 쓰이듯이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열 길 물속’ 즉 물리(物理)의 세계는 관찰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속의 내용이나 움직이는 원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길 마음속’, 즉 심리(心理)의 세계는 물리의 세계와 달리 과학적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야 한다.

행동에 영향을 주는 내적 요인 중에 제일 주요한 것이 ‘태도’이다. 태도는 ‘특정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자세’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도 부모는 소위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하지만 자녀는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보수적 혹은 진보적 정당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다른 정치가를 선호할 수 있다. 특정 사안, 예를 들면 ‘사드(THAAD)’라고 불리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찬반으로 한반도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종교활동을 '자주'하느냐와 '가끔' 하느냐의 질문 내용에 따라 대답이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종교활동을 '자주'하느냐와 '가끔' 하느냐의 질문 내용에 따라 대답이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자신의 마음은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성(內省)’ 즉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쉽게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력적인 이성(異性)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경우처럼 내 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도 많이 있다.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심한 야단을 맞았을 때 상대방에 대한 나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내성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내적 단서는 그렇게 분명하거나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동창회에서 자주 만나는 이성 친구를 그냥 동창생으로 가깝게 느끼는 것인지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는 일을 열심히 하는 자신이 일 자체가 좋아서 그런 것인지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인지 알아내는 일도 쉽지 않다.

이처럼 만약 내적 단서가 많지 않다면 내 마음을 알아내는 것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된다. 다시 말하면, 마음을 직접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의 태도를 알아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태도를 추론하게 된다. 즉, 자신의 행동의 원인을 먼저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살펴본다. 만약 그런 요소가 발견되면 그 요인 때문에 행동을 했다고 외부귀인한다. 하지만 그런 요인이 없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마음이 그런 행동을 한 원인이라고 내부귀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내가는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도 있듯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도 사실은 쉽지 않다.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선발했다. 이 사람들은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는 종교적 행동을 평균 수준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평균 이상으로 종교행위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거의 안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실험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한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종교적 활동, 예를 들면 경전을 보고, 기도를 하고, 종교집회에 참석 등을 ‘자주’ 하는지 물어보았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동일한 행동들을 ‘가끔’ 하는지 물어보았다. 이 두 집단은 물론 실험을 하기 전에 거의 동일한 빈도의 종교적 행동을 하는 집단을 무작위(無作爲)적으로 할당한 것이다. 두 집단은 모든 점에서 동일한 절차로 실험에 참여했다. 다만 두 집단은 ‘자주’라는 질문을 받았는지 아니면 ‘가끔’이라는 질문을 받았는지만 달랐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종교적’인지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과연 어느 집단이 자신들을 더 종교적으로 지각할까? 종교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은 자신의 종교에 대한 태도를 정한다는 것이다. 종교적 태도가 강하면 종교적 행동을 자주할 것이고, 반면에 태도가 약하면 행동도 적게 할 것이다. 두 집단은 종교적 행동을 같은 빈도로 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 답은 ‘똑같다’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종교적 행동을 ‘자주’하는지 물은 집단보다 ‘가끔’하는지 물은 집단이 훨씬 더 자신들을 종교적이라고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정도의 종교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왜 서로 다르게 자신을 종교적이라고 지각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 먼저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그 종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종교적 행동을 어느 정도는 할 것이다. 그런데 ‘자주’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게 ‘자주’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이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신은 종교행위를 ‘안 한다’는 부정적 프레임을 가지고 된다. 반면에 ‘가끔’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예’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 ‘예’라고 대답한 집단은 자신이 종교적 행동을 ‘한다’고 긍정적 프레임을 가지게 된다.

왜 자신이 종교적 행동을 하는지 또는 안 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그런 종교적 행동을 하게끔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압력이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특별한 외압이 없는 경우에는 그 행동은 자신의 마음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라고 대답한 집단은 자신이 종교적 행위를 하는 원인이 종교적 태도 즉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니오’라고 대답한 집단도 믿음의 정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핵심은 종교적 태도와 같은 내적 상태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비록 내 마음일지라도 직접 관찰해서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의 종교적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이 얼마나 종교적인지를 유추하듯이 우리의 행동을 먼저 보고 그 행동을 하게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마음을 유추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와 교사의 바람일 것이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부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를 외부적 요인에 돌리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부할 때 어머니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와 아무도 없는 경우를 생각하자. 언제 공부가 더 재미있다고 느낄까? 물론 혼자 공부하는 경우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부모가 원하는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경우와 간단히 칭찬만 해주는 경우에 어느 학생이 더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낄까? 당연히 간단히 칭찬만 해주는 경우이다.

모든 일에 긍정적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는 것이 재미있는지의 여부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외부의 보상이나 처벌 등의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해야 일이 정말 재미있고, 누가 시키거나 말거나 관계없이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 대답이 나오게 질문을 하자.

“공부하는 게 조금은 재미있지?”
“나를 조금은 좋아하지?”
“가끔은 자발적으로 일 하지?”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