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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드 '뒷북 설명' 아무리해도 소용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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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드 '뒷북 설명' 아무리해도 소용없는 이유?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95회)] 설득하려면 설명하지 말라

생활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사안
결정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주민들 "우리를 무시하네" 분노
우리 사회 수평적 문화 자리잡아
이제는 의사결정 과정도 바꿔야
국가•조직서 불필요한 갈등 막아야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근간으로 수직적 조직에서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다. 윗사람이 결정하고 아랫사람에게 알리면 된다. 윗사람이 어떤 연유로 결정을 내렸는지 알릴 필요도 없고, 아랫사람이 그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할 필요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 그냥 ‘하라면 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도리이다. 그리고 결정에 따른 결과는 윗사람이 지는 것이다. 다만 아랫사람들이 더 열심히 결정에 따르게 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알려줄 필요는 있다. 그러면 훨씬 더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원들이 동등하다고 여기는 수평적 조직에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 대다수의 조직원들이 수긍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에 따라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조직원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사안은 사실 결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을 극소화하고 효과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예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든 조직원들의 총의를 물어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므로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의견 수렴의 절차와 기술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심정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수직적 조직에서 대표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조직원들에게 그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수직적 조직에서의 대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설득을 해야 한다. 설득을 통해 특정 사안에 직•간접으로 간여되어 있는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그 결정에 따르도록 해야 결정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아까운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갈등은 정부 당국이 설득이 필요한 자리에서 설명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우리 사회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아까운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갈등은 정부 당국이 설득이 필요한 자리에서 설명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설명’과 ‘설득’은 비슷한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 설명은 ‘말한다’라는 ‘설(說)’자와 ‘밝히다’라는 ‘명(明)’자로 이루어져 있다. 합쳐서 풀이하면 설명은 “내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다. 설명은 ‘나’의 생각을 ‘너’에게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에, 설득은 ‘말한다’라는 ‘설(說)’자와 ‘얻는다’라는 뜻을 가진 ‘득(得)’자로 이루어져 있다. 즉 풀이하면 “말하여 얻는 것”이다. 여기에는 설명에는 없는 중요한 ‘얻다’가 있다. 즉 설명과 설득의 차이는 말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설명은 내 생각을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설득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설득에서는 말하는 목적이 ‘얻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설명과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서로 다르고, 또 말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이나 설득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상황이 설명을 필요한지 설득이 필요한지를 먼저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그 목적에 따라 설득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설명은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설명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선택의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설명은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개진할 수 있는 나와 대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제일 좋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런 줄 알고 내 결정을 믿고 따르도록 해라”는 것이 설명의 전제 조건이다.

설득의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결정에 동의를 해야 결정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득은 상대방, 즉 ‘너’가 나처럼 자신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개진할 수 있는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전제돼 있다. “너와 내가 다같이 모여 결정해야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 무시당한 것 같아 얼마나 섭섭하고, 피해가 있을지 몰라서 얼마나 당황스럽겠니?” 라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너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어느 결정이든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의 판단 여부는 누구의 입장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판단은 객관적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결정에 영향을 받은 ‘너’를 먼저 헤아리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설득은 단지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배려까지 곁들여야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많은 갈등이 표출되고 아까운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원인은 설명과 설득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일명 사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도 그렇고, 한 여자대학교에서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의 설치를 둘러싸고 계속 되는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당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배치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특정 지역주민들에게 사드배치가 건강과 생산품에 절대 위해가 없다는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이 반대하자 총장을 대표로 하는 학교 당국과 이 정책을 추진하려는 교육부에서는 평단 설치의 당위성과 적절성을 다각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러자 학생들은 평단이 자신의 학교에 설치하면 안되는 이유를 다각적으로 설명하면서 당국의 설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였다.

하지만 그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제일 큰 불만은 “자신들이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결정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결정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설명의 객체로 전락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자신들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또 무시당했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논리적 설명은 이미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의 논리가 더 합리적이고 더 중요한 것이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빨리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수직적 사회가 아니다. 가족, 학교, 회사 등 모든 조직에서 수평적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의사결정 과정이 따라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설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설득의 기술에 대한 교육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가정을 비롯한 모든 조직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아직도 설명의 기술, 프레젠테이션 기술만 가르치고 있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설득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조직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