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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먹고 산다는 의미 '다시 한 번'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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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먹고 산다는 의미 '다시 한 번' 되짚어보기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2016년 9월 7일자 글로벌이코노믹 제26면에 실렸던 ‘먹고 산다는 의미 되짚어보기’에 대해 논리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님께서 긴 이메일을 보내셨다. “사는 것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논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이 대등하다는 주장의 논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음식은 생명의 필요조건(먹어야 산다)일 뿐 생명의 충분조건(먹기만 하면 산다)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과 생명을 대등하게 보는 것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교수님과 직접 만나 긴 시간 토론하고 수학 전공 교수에게 자문한 후 먹고 산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기, 물, 음식이 필수적이다. 흔히 말하는 333생존 법칙에 따르면 사람은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정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그중에서 우리가 숨 쉬고 사는 것은 공기가 있기 때문이고, 공기가 없으면 아주 빠르게 죽게 된다. 동물을 뜻하는 ‘animal’은 ‘생명, 숨, 공기’ 등의 뜻을 지닌 라틴어 ‘anima’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며 성경(창세기 2장 7절)에서도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고 했다.
숨 쉬며 사는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제를 세우고 이것의 역, 이, 대우를 생각해보자. 다만 여기서 말하는 존재는 지구상의 사람과 동물, 특히 동면하지 않는 포유동물의 경우로 한정(동면하는 경우 호흡이 많이 줄기 때문)하기로 한다. 명제 “사는 존재는 숨 쉬는 존재다”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명제로 간주할 수 있다. 이 명제의 역은 “숨 쉬는 존재는 사는 존재다” 이는 “살지 않는 존재는 숨 쉬지 않는 존재다”, 대우는 “숨 쉬지 않는 존재는 살지 않는 존재다”이고, 역, 이, 대우 모두 성립한다. 따라서 사는 것과 숨 쉬는 것은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 숨이 멈추는 순간 우리 생명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마시는 시간에도 우리는 살아있지만 그러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도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볼 때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것은 숨 쉬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하루 세 번, 세 시간 정도에 불과하더라도 먹고 마시지 않으면 결코 살 수 없다. 겉으로 볼 때 먹고 마시지 않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정작 몸속에서는 먹고 마신 것을 바쁘게 소화, 흡수, 대사를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기가 생명에 끼치는 영향은 음식이나 물의 영향보다 훨씬 더 긴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음식과 물이 생명에 끼치는 영향은 긴급성에 차이가 있을 뿐 중요성에서는 궁극적으로 공기의 영향과 동일하다.

영화 ‘터널’을 보면 주인공이 무너진 터널 안에서 개밥을 강아지와 나누어 먹는 장면과 파이프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물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주제를 보도록 하자. 특히 엄마 젖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갓난아기와 같은 근원적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사는 존재는 먹고 마시는 존재다”라는 명제를 세워보자. 이 명제의 역은 “먹고 마시는 존재는 사는 존재다” 이는 “살지 않는 존재는 먹고 마시지 않는 존재다”, 대우는 “먹고 마시지 않는 존재는 살지 않는 존재다” 숨 쉬는 것과 먹고 마시는 것은 긴급성에 차이가 있을 뿐 중요성에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제는, 사는 것과 먹고 마시는 것이 “거의” 대등하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자. 도와주신 두 분 교수님의 관심과 조언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