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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힐러리·트럼프 누가 이기든 국제정세 불안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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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힐러리·트럼프 누가 이기든 국제정세 불안 부채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부터) /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부터) /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9월 26일 치러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첫 TV 토론은 8140만명의 미국인이 지켜볼 정도로 뜨거웠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미 대선 첫 TV 토론의 승자로 힐러리를 꼽았다. CNN은 TV 토론 시청자를 상대로 실시간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힐러리가 잘했다는 응답이 62%에 달했고 트럼프는 27%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역시 ‘힐러리가 이겼다’는 대답이 53%에 달하며 민주당 승리를 확실시했다. 트럼프의 승리라고 답한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서 생중계로 보도되며 큰 관심을 끈 힐러리와 트럼프의 ‘세기의 대결’에 대해 각국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놨다. 중국에서는 “미 대선은 방관할 것. 선거 결과는 오로지 국익을 위해서만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러시아에서는 “향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에서는 “불안을 부채질하는 극히 위험한 선거전”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 중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러시아와 대립할 것”
중국의 민족주의 성향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같은 날 “판에 박은 듯한 낡은 정치”라며 대통령 선거 1차 TV 토론을 비난했다. 이어 “두 후보 모두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특권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TV 토론 승자로 꼽힌 힐러리에 대해서는 “잇단 추문을 감추기 위해 성실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면서 “사람들은 그녀를 신뢰하고 있지 않지만 관용을 베풀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많은 미국인이 그가 당선되면 제멋대로 행동할 게 당연해 걱정하고 있다”며 “토론에서도 그런 우려를 불식할 수 없었다”고 해설했다.

특히 “두 명 모두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많은 의심을 받고 있는 후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더 좋은 후보’가 아니라 ‘더 나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두 후보 모두 ‘전 세계가 미국에 빚이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반드시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이유로 “미국이 세계의 리더라는 특권을 계속 추구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의 관계가 ‘이익과 힘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예고한 힐러리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중 어느 쪽이 중국에 유리한가에 대해 신문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방관자의 자세로 있으면 된다”며 “중국의 권익과 안전은 중국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러시아, “힐러리가 당선되면 대립 필연”
러시아 언론은 “국제적 사안에 대해서는 한정적으로 관여하고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트럼프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보수파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미 대선 TV 토론 직후 “힐러리의 승리는 러시아와의 대립”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 미국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에서는 최근 러시아는 ‘악(惡)’이며 격멸 대상이라는 정치색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에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트럼프를 힐러리가 ‘미국을 지킬 수 없는 비애국적 인물’로 그리고 있는 것이 선거의 구도”라고 전했다. 이어 “‘제국주의자’인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 가능성은 트럼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일간신문 프라우다도 9월 28일 “대외 문제에 있어서는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현실적”이라면서도 “어느 쪽이 당선돼도 러시아에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문가 논평을 게재했다.

논평은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건설적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지만 ‘민주당 해커 공격’으로 러시아를 비판한 힐러리는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며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러시아를 미국 편에 서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과의 제휴를 대외정책 노선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러시아에는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영국, “미국 정치는 이상과는 정반대의 암흑 상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28일자 사설을 통해 “미 대통령 선거 후보자 1차 TV 토론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이 ‘붕괴’ 위기에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FT는 그 근거로 트럼프가 현재의 미국을 “중국에 일을 빼앗기고, 폭력사태를 제어하지 못하고, 미국 내 일부 지역이 전투 상태에 있는 ‘제3세계’와 같다”고 주장한 것을 들었다. 힐러리 역시 트럼프처럼 글로벌 경제가 미국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어떤 나라로 이끌어갈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현재 미국 경제는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는 진실로부터 멀어져 이상과는 정반대의 암흑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고용이 사라졌다는 트럼프의 발언에는 “실업률 4.9%는 일부 유럽 국가의 절반 이하”라며 “멕시코 등에서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 수도 감소했고 중간층 소득도 2015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반론했다.

특히 “(문제를)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좋은 선거 방법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국 내 불안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