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을 스케치하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시인의 시를 파란비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게재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 작가처럼 주제를 정하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눈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사물이나 풍경을 만날 때마다 셔터를 누르기 때문에 사진들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실제 작가의 사진을 보면 한 편의 시를 떠오르게 한다. 나무에 살포시 내려앉은 새 한 마리와 보름달과의 만남은 시간과 공간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사색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문승연 작가는 "혹자는 카메라 혹은 렌즈가 좋아야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찍는 사람의 마음과 빛의 순간이 마주칠 때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이번 '순간의 선물'展은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주제는 없지만 산, 빛, 비를 소재로 한 22점의 작품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작가의 짧은 단상이 함께 전시된다. 늦가을에 프레임으로 쓰여진 시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전시를 추천한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