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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정곡일침] 마른 수건 짜내는 라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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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정곡일침] 마른 수건 짜내는 라면업계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맛있는 음식은 짜다? 그렇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맛 집으로 이름난 음식 대부분은 짜고 맵다. 물론 사견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은 입맛을 당기게 한다. 굳이 맛 집이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맛에 매료돼 스스로 “이집 맛있네~!”라며 착각하기도 한다. 비록 건강에는 안 좋지만, 맵고 짠 음식처럼 입안 침샘골(?)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당뇨에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달고 사는 한국인이지만, 맵고 짠 음식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 이유다.

맵고 짠 음식 중에 대표적인 음식은 국물 맛이 기가 막힌 라면을 빼놓을 수 없다. 모 CF 광고처럼 ‘후루룩, 쩝쩝’ 이 몇 단어만 들어도 벌써 마니아들은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마니아들이 두터운 라면업계가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만큼 인기 식품이기 때문이다.
인기있는만큼 농심, 오뚜기, 팔도 등 라면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계절에 따라 하얀 국물, 빨간 굴물로 대전을 치르는 가하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홍보마케팅으로 고객잡기에 나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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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DB

올해 라면업계의 키워드는 부대찌개라면이다. 몇 달 전까지 짬뽕라면이 유행했다면, 음식점에서나 먹을 수 있는 1만원 안팎의 부대찌개를 라면으로 연구개발한 것이다. 짬뽕라면이 그러했듯 핵심은 결국 맛이다. 부대찌개 맛이 나느냐, 안 나느냐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받는다.

일단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부대찌개라면을 출시해 초기 시장을 장악해가는 모습이지만, 뒷심은 살짝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각 사에서 출시한 부대찌개 라면의 판매가 몇 달 사이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6년 10월 라면판매순위(닐슨)에 따르면 판매순위 10위권 내에 부대찌개 라면이 2개나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반 요식업에서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를 라면을 통해 재현해 냈다는 반증이다.

아쉬운 것은 부대찌개의 텁텁함을 개운하고 시원하게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또 자극적인데 그 자극적인 것을 최대한 숨기려고 해서 그런지 역시 부대찌개 집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진 못했다. 흉내를 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원 이하의 가격을 고려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한편으론 라면값이 1000원대를 훨씬 넘어가니, 서민식품인가 하는 이견도 있다.

그래서 짬뽕라면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성공이라는 말도 나온다.
짬뽕시장은 오뚜기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진짬뽕을 내놓은 후 11월 농심이 '맛짬뽕'을 내고, 이후 연이어 팔도가 '팔도불짬뽕', 삼양식품이 '갓짬뽕' 등을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을 키웠다.

반면 부대찌개 라면은 시장성을 확대하기보다는 일종의 시도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초반 기세등등하게 올랐던 매출이 중반에 허덕이는 현상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도 짬뽕라면처럼 인식이 강하지 않다. 오히려 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만 부각되고 있다.

현재 부대찌개 라면 1봉(개)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1926㎎이다. 세계보건기구(WHO)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의 96.3%에 달한다. 삼시세끼로 나눠보면 라면을 섭취하는 날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건강에는 독이다. 밀가루 음식이기 때문에 소화계통에도 이롭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라면을 먹어봐야 백해무익한 식품이라는 말까지 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하야 등으로 이슈가 묻히는 요즘이다. 부대찌개 라면의 성패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업계는 부대찌개라면의 시도를 통해 당분간 스스로 주문을 걸어야할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안 그러면 내년 이맘때도 마음만 다급해질 거다. 마른 수건 짠다고 매출이 기대이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조규봉 기자 c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