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작가' 이우환과 '바보 산수화'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 서양화가 류경채 권옥연, 김정 화백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인간적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화가가 남긴 작품 대신에 그들이 남긴 각종 자료를 통해 그들이 살아왔던 환경과 그 속에서 비롯된 삶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먼저 이우환 화백이 1969년 선배 화가 이세득에게 보낸 친필편지는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화단에 대한 아쉬움과 그를 아끼는 선배화가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묻어나온다. "저는 아직 남 앞에 자랑할만한 작품은 없습니다마는 그렇다고 남도 아닌 자기 나라 선배들에게 기막힌 모욕을 당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 (중략) 다만 제가 선생님께 그 애로를 덜게 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더한층 배워서 그네들에게 떳떳이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내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또 서양화가 류경채가 1965년까지의 자신의 경력 및 화력을 자필로 기록한 이력서와 김정 화백이 1988년 1월 2일에 만난 장욱진 화백을 비롯해 선후배 화가의 얼굴을 그린 초상 드로잉 34점도 이번 전시회에 나온다.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이 1979년 로마와 파리를 방문한 후 지인에게 보낸 친필 엽서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작품을 본 그의 소감이 담겨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달진 관장은 "아카이브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던 화가의 세계를 탐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화가들의 인맥을 보는 잔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