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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H제약회사에 드리는 새해 첫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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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규봉 기자] H제약회사에 드리는 새해 첫 조언

조규봉 산업부 부장대우
조규봉 산업부 부장대우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기사 잘못됐습니다. 압수수색은 사실무근입니다.”

2일 검찰이 중견제약업체 H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단독] 기사출고 후 30분쯤 지나 그 회사 홍보담당은 전화로 이같이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중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떼기 바빴다. 더 확인해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30분 후 그 담당자는 재차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마찬가지로 확인해보라고 똑같이 얘기해줬다. 3번째 전화에서야 그 담당자는 압수수색은 맞지만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의한 압수수색은 아니라며, 기사 일부가 잘못됐다고 다짜고짜 따졌다.
오보일 경우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는 게 상식적이다. 비상식적 행동이 도를 넘자, 그 홍보담당자에게 어떤 근거냐고 캐물었다. 그러자 그는 압수수색 나온 사람들이 그랬다고 얼버무렸다. 정확히 누가 얘기한 건지 말을 못했다. 정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이미 압수수색 나온 사람들에게서 들었다는 말을 해놓고도 취재원 보호타령이다. 또 누구얘기를 듣고 이런 기사를 썼냐고 따지기도 했다. 순간 실소가 나왔다. 더 이상 대꾸해줄 가치가 없었다. 그래서 대화가 녹취중이라고 없는 말을 지어냈다. 그제서야 그 홍보담당은 전화를 끊었고, 더 이상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홍보하시는 분들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다. 넘치는 뉴스 속에 오보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사실이 아닌 오보를 썼다는 것만큼 기자들에게 치욕도 없다. 그래서 잘못된 사실을 기사화했을 경우 창피해서라도 기사를 곧바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게 정상적인 행동이다. 반대로 해당 내용이 ‘진짜’면 하늘이 두 쪽나도 꼼짝 안 한다. 기자들이 ‘팩트’에 목숨까지 거는 이유다.

검찰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잡고, H사를 압수수색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목숨까지 건다면 오버다. 잔챙이에 목숨까지 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충 둘러대고, 아니라고 잡아뗀다고 진짜가 가짜로 바뀌지 않는다.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에서 제약사를 새해벽두부터 털 이유가 몇 개나 될까 의문이다. 물론 이런 정황만으로 기사를 쓰진 않았다. 반대로 이런 정황만을 들어 다짜고짜 기사가 잘못됐다고 해서도 안 된다. 홍보담당자의 무지(無知)로 인한 거니 이해는 한다. 본인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새해 첫 조언이다.
조규봉 기자 c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