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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오너 3·4세대 '젊은 총수' or '준비된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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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오너 3·4세대 '젊은 총수' or '준비된 총수'?

[글로벌이코노믹 윤정남 기자] 지금 한국 대기업은 숨가쁜 세대교체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3·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들 3·4세 총수들이 선대의 기업가정신까지 이어받은 것인지에 대해선 다들 자신없어한다.

50년 기업 효성그룹의 경영은 최근 창업 2세대에서 3세대로 완전히 넘어갔다. 지난달 효성 조석래 회장에게서 대권을 이어받은 조현준 신임 회장은 조홍제 그룹 창업주의 장손이다.
두산그룹도 지난해 4세대 경영으로 넘어갔다. 박두병 창업회장 이후 두산 경영권은 박 회장 자식의 형제 간, 다시 대가 바뀐 사촌 형제간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따랐다. 지난해 대권을 받은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삼성 역시 사실상 3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된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 3·4세 총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인 시선은 ‘젊은 총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효성 조현준 회장은 모두 1968년 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하늘의 명(命)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50세)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권 받은 박정원 회장은 올해 56세로 ‘지천명’을 넘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이순(耳順·60세)에 가까운 나이다.

특히 이들 기업의 앞선 총수의 세대교체 시기(나이)와 단순 비교한다면 이들을 ‘젊은 총수’로만 인식되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1987년 11월 78세를 일기로 타계하자 45세 나이에 회장직을 승계했으며, 효성 조석래 회장 역시 1981년 46세에 경영난에 시달리던 효성중공업 회장에 취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 보다 3년 늦은 나이에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으며, 조현준 회장도 부친 보다 네 살 많은 상태에서 대권을 이어받았다.
또한 박정원 회장의 경우도 50세 대권을 이어받은 부친보다 다섯 살이 많은 나이(55세)에 회장직을 승계했다.

사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 기업과 나라 경제를 챙겼던 1세대 창업주 삶은 그 자체로 교훈였으며, 창업자인 아버지의 고생을 옆에서 지켜봤던 2세대는 ‘1.5세대’라는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3·4세 총수는 ‘온실 속 화초’라는 인식이 팽배해 선대 회장의 기업가정신까지 이어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한다.

과거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그룹 총수로 오른 2세대들은 그간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이제는 관록이 물씬 풍기는 노련한 경영자가 됐다. 특히 본인들이 대권을 받은 시기보다 오히려 늦게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3·4세대에 대해 긴 시간 혹독한 경영 수업을 시켰다.

실제 조현준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현장일부터 시작해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았고, 박정원 회장도 핵심계열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하며 25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쯤되면 최근 그룹 총수에 오른 회장들을 ‘젊은 총수’라고 부르기 보다는 '준비된 총수'라고 하면 지나치다고 할까.
윤정남 기자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