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와 함께 눈에 자주 들어온 것은 접골원이었다. 지금 일본은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가계 소득의 75%를 가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우대받는 나라인 것이다.
한 건물의 지하카페와 헬스클럽은 노인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써 있었다. 올해부터 일본정부는 정년을 65세로 바꾸었다. 돈을 벌고 활동을 해야 돈을 쓰는 법, 고령인구의 소비를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반면 젊은이들의 무력감은 심각했다. 지방 젊은이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출세욕이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죽으면 화장을 한다. 천황을 빼곤 예외가 없다. 염을 할 때 모든 가족이 참여하고 화장 때 남은 유골로 목걸이를 만들어 평상시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49재 같은 것은 없고23년이 되는 해에 극락으로 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50년이 되는 해에는 유골을 뿌려서 영원한 이별을 한다.
골목마다 보이는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 삶 속에서 죽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리츄얼의 장소였다. 문득 그들의 가미가제와 할복 문화가 떠올랐다. 전쟁과 지진이 잦은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는 그렇게 가볍고 모호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때문이었다
그들의 거리는 담배꽁초 하나 보기 힘들었다. 청결함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수준이었다.
가이드 이장욱씨는 일본사람들은 “법은 지키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을 상식으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전쟁이나 지진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로 간의 사소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정한 약속을 누가 깨뜨릴 것이고, 깨뜨린 자를 누가 용납 할 것인가?
전쟁이 잦은 나라답게 그들은 무인의 나라다. 심지어 그들을 패퇴시킨 이순신장군과 이등박문(이토히로부미)을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꽤 많은 일본인들이 존경하고 있다고 한다.
구름에 가려져 위치 선정이 잘못된 원자폭탄의 피폭으로 수십만의 사상자를 낸 비운의 나가사키는 평온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은 여전한 강국이다. 인구수만 1억2000만명이다. 섬나라의 욕망과 지진의 공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호전성 역시 언제 또다시 용암처럼 분출 될 지 모른다. 하루 빨리 내부의 혼란을 제대로 정리하자. 그러나 거기서 그칠 수는 없다. 광화문의 촛불은 우리를 둘러싼 강국들 사이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힘을 위해 다시 타 올라야 한다.
조규봉 기자 c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