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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보내는 편지… “엘리엇은 이디엇(멍청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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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보내는 편지… “엘리엇은 이디엇(멍청이)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삼성전자에게.

큰 고비를 하나 넘겼구나. 너네 회사 높은 분이 구치소에 수감될 위기를 면했다는 소식을 오늘 새벽에 접했어.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보냈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네.
구치소에서 군생활을 한 친구 얘기를 들으니 그곳만큼 심심한 곳이 없다더라. 1평 남짓한 독방에서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대. TV가 있기는 하지만 구치소에서 지정한 채널 1개만 나오고, 그것마저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더라.

지난해 부터 계속된 위기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지? 최순실이라는 나쁜 친구 때문에 너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매일 돌더구나. 조금씩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는 하던데, 진상은 어떻게 된건지 진짜 궁금하다.

진정 나쁜 친구가 너한테 주먹을 들이밀며 ‘삥’을 뜯은거니? 아니면 너도 무언가 '떡고물'을 바라고 슬쩍 돈을 찔러준거니? 너네 회사 높은 분이 지난해부터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소명을 했고, 영장도 기각됐으니 어느정도 '진실의 추'가 너네 쪽으로 기우는 모양이긴 해.

하지만 속단해선 안돼. 수사의 향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너와 회사의 높은 분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아참, 너한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어. 재작년에 물산이랑 모직이랑 하나가 됐잖아. 그때 쌍수들고 반대하던 엘리엇이란 친구 있지? 그때 그 친구가 손해를 좀 입었잖아. 그래서 ‘소송’이라는 무기로 뒤통수 칠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해.

너도 알다시피 엘리엇은 미국 사람이잖아. 걔들이 이디엇(idiot·멍청이)도 아니고 돈 잃은 것에 가만히 있겠어? 소문대로 물산이랑 모직이가 하나가 된 게 너네 회사의 높은 분이 더 높은 분에게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어딘가와 모종의 딜을 했다면 엘리엇이 가만있지 않을거야.
외국에선 너가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고 하더라. 첫 번째는 너가 ‘최고의 역작’이라고 자랑했던 7번째 공책(Note)이 실패한 것이고, 두 번째는 높은 분이 이리저리 끌려다닌 일이라고. 내가 짐작할 때 세 번째는 엘리엇이 너를 공격할거야.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준비해.

끝으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요즘 많이 힘들었을텐데 트와이스의 ‘cheer up’이야. 특히 가사를 유념해서 들어줘.

곧 은하계(Galaxy) 8번째 모델이 출시된다고 들었어. 너 한테는 평생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을테지만 1번은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어.하지만 2번, 3번 반복되면 그건 습관이야.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래. 한번 무너진 이미지를 되돌리는 건 참 어렵잖아.

근데 너가 우리나라 GDP의 5분의 1이라며? 난 5000만 분의 1밖에 안되는데 말야. 너랑 나랑 차이가 1000만배네. 약간 배아프다.


※ 이 기사는 삼성전자를 의인화해 편지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