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모든 것이 불안하고 의심이 가는지라 각종 사항을 포장지 표면에 제시를 하여 판매한다. 콩의 원산지가 국내산인지, 미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또 영양성분은 얼마 만큼 함유하고 있으며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단백질의 엉김 현상을 유도하기 위하여 간수를 넣었는지, 어떤 종류의 첨가물을 넣었는지, 혹시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가 있거나 그런 것들을 다루는 공장기계로 제조 가공하였는지를 알려준다. 참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지난 과거보다도 더 불안해한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식품을 구입하면서 영양기능성은 14%, 신선도는 0.2% 정도 중요시하는 반면, 식품의 안전성을 보고 구입하는 비율이 52.2%라는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70년대보다도 오늘날 더 안전하게 식품관리를 하고 있으며 식품안전 사고 대상이 되는 유해물질을 분석하는 기술도 몰라보게 발전했다. 또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가공기술을 적용하여 안전한 상태에서 식품에 대한 안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더 증가하여 대략 85%가 불안해하고 있다.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영양관리 차원에서 식품이 가지고 있는 영양정보를 제공하지만 비만의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영양소나 식품을 선별하여 선택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식품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탐이나 탐욕의 문제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영양정보나 건강정보를 제공하여도 그 의미가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기 어렵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양교육을 시키고 영양을 관리하는 습관을 심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보다 더 근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나 아마존 강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어부들은 자신들이 먹을 양 만큼의 고기를 잡지 그 보다도 더 많은 양을 잡아서 먹고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왜 그들은 그러한 선택을 할까?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선택해야 자연이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과식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 왔다. 그러기에 피란을 가면서도 먹을 것을 챙겨야 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미리 잘 먹어두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식량이 부족한 시대를 많이 거치다 보니 일상생활의 인사도 ‘식사하셨습니까?’ 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이 먹고 있는 식량을 보면 음식을 만들기까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감사보다는 나 혼자만의 편안함 때문에, 탐욕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고 또 많은 음식쓰레기를 버리곤 한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