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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M&A]⑥ 행동주의투자자와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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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M&A]⑥ 행동주의투자자와 M&A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행동주의투자자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을 계기로 주주행동주의를 인식시킨 주역이다.

엘리엇은 2015년 2월 삼성물산의 지분 4.95%를 매입했다. 삼성물산은 그해 5월 26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2.17%를 추가 매입하여 6월 3일 7.12%의 지분을 갖게 됐다.

이후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대한 경영 참여 선언과 함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삼성물산이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최일선에 나섰지만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을 막지 못하고 엘리엇의 패배로 끝난 듯 했다.

행동주의투자자들이 펼치는 전략은 기업의 가치를 짧은 시간에 끌어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엘리엇은 이번에는 공격목표를 삼성전자로 바꿔 삼성전자에 대해 지배구조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탈은 삼성전자에 대해 ‘주주가치 증진계획 제안서’를 보냈다. 이들 2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에 불과하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위해 특별배당을 할 것과 분할된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대를 요구했다. 주주행동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배구조까지 손을 대면서 경영에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목표다.

최근 주주행동주의자들은 한국이 행동주의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거시경제 문제보다 기업 내부의 문제가 있어 내부 문제를 해결하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끌어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이 저평가 받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기업의 현금은 쌓아져가고 있지만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고 CEO들조차 기존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현실은 그동안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CEO가 제대로 성장전략을 내놓지 못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배당성향이 낮고 기업들의 이익 성장 지속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주주행동주의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있다는 점도 한국내 주주행동주의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국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는 있지만 현금 활용이 저조하다는 평이다.

기업은 보유한 현금으로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내든지 아니면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현금이 역사상 최대로 쌓여가고 있는 것도 행동주의투자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요인이다.

행동주의투자자들은 기업들에게 현금을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요구사항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과 M&A(인수합병)라 할 수 있다.

기업 M&A는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주가 상승에 효자 노릇을 한다. 한국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 M&A에 나서지 않으면 ‘트집’을 잡힐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 요구 제안서를 받은 직후인 지난해 11월 미국의 전장(電裝) 전문기업 하만을 80억 달러(한화 9조3385억원)에 사들이기로 한것도 행동주의투자자의 ‘공격’에 대한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SK는 지난 1월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는 행동주의투자자 소버린이 지난 2003년 SK를 지배구조 모델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며 SK 오너가와 지분경쟁을 벌여 곤혹을 치른바 있다.

행동주의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인 삼성전자와 SK의 주가는 모두 크게 올랐고 어느 기업보다 M&A에 주력하고 있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한·중 M&A거래사)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