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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축들에게도 약식동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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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가축들에게도 약식동원을!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우리 주변엔 아직도 결핵 환자들이 많이 있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수 명의 결핵환자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있다고 해서 모두 쉽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각자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병원균이 침투한다 하더라도 병원균을 이겨낼 만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구제역이다, AI다 하여 축산농가가 매우 어려운 모양인데 가축들을 건강하게 키우질 못해서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우리들이 사람들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 아니면 이익을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 가축들의 건강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동물들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져서 질병에 걸리기가 쉬웠다.
위암 3기 이상이 된 사람의 경우 방귀를 뀌면 냄새가 매우 독하고 변도 냄새가 심하여 화장실에 바로 들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몸 안에서 유해한 냄새 성분들이 생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식으로 술과 고기를 자주 먹게 되는 남편이나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난 다음에 들어가면 매우 냄새가 역하다.
육류는 소화가 더디게 되는 식재료로 당연히 체내에서 소화가 오래 걸리다 보니 썩게 되고 유독한 냄새 성분들이 분출되기 때문이다. 집에서 된장국이나 김치를 주로 먹는 아내나 엄마들은 변 냄새가 구수한 편인데 그만큼 소화기관이 건강한 상태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며칠 전 강원도 횡성에 있는 육우 농장을 찾아간 적이 있다. 보통 가축농장 근처에 다다르면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이곳은 전혀 역겹지가 않았다. 최근에 분뇨를 치웠냐고 물었더니 지난해 12월 초에 치웠으니 이제 조만간 치워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도 냄새가 별로 안 나는데 어찌된 일인가 물었더니 육우젖소들이 소화를 잘하고 흡수하여 유기물 배출량이 훨씬 적다는 이야기다. 유기물이 적으니 자연 냄새가 나는 물질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어 냄새가 덜 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들이 건강하고 병에 잘 걸리지 않아 젖소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고 체중도 많이 나갈 정도로 튼튼해 보였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사료에 첨가제를 섞어서 먹였을 뿐인데 여러 질병도 발생이 안 되고 육우들의 체세포가 매우 건강한 편이라서 기쁘다는 수의사의 말을 듣고 놀라웠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성인병 중 대표적인 것은 비만과 당뇨, 암 그리고 골다공증이 아닌가 싶다. 이런 질병의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하나가 체내 지방을 비롯한 영양소의 균형이 아닌가 싶다.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스트레스 속에서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몸이 산화되도록 유도해 주는 물질을 많이 먹고 있다. 술과 담배, 지나치게 가열된 음식들, 예를 들면 탄 음식이나 기름에 튀긴 음식들, 이런 것들이 우리 몸을 산화시키고 노화시키고 있어 항산화물질의 섭취가 중요하다. 그러니 좁은 가축장에서 먹이만 먹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가축들이 사람들 못지않은 스트레스로 인해 세포가 산화되고 노화되어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다면 우리는 결코 건강한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들이 먹는 소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의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 대 20~100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보통 건강한 가축은 유기농산물로 인정하는 경우가 1 대 4의 비율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건강한 고기를 후손들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오메가 3와 6의 비율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균형적인 비율도 중요하다.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식품 속에 유용한 약효성분들이 존재하여 먹는 것을 잘 선택하여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사람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료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질병예방이 가능하고 매년 치르게 되는 구제역이나 AI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먹는 것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리라 본다. 건강한 고기를 만드는 작업은 단순히 식품으로서만이 아니라 여러 질병으로 살 처분해야 하는 동물들과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을 보다 효율적인 분야에 재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