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진단] 국가교육위원회 의결기구화·교육부 폐지 주장을 비판한다

기사입력 : 2017-03-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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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교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교육부 폐지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 교육지원처 설립 주장은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의 주장이 거의 비슷하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현재의 교육부를 ‘교육통제부’로 규정하고 이를 해체하고 교육지원처로 개편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그리고 교육부 폐지는 거의 기정 사실로 유포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는 지금까지 교육부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을 적지 않게 내놓은 사람이다. 특히 고교 서열화를 불러왔고,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대입전형제도로 교육 불평등을 크게 심화시켜온 교육부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필자는 교육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2015통합형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사전에 특정대학 지원을 전제로 하였다고도 의심받는 대학재정지원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타당성·공정성이 부족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또한 여러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는 단순한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운영 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필자의 주장을 결론적으로 먼저 밝히면 교육정책 심의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운영, 그리고 강력하고 적극적인 교육정책 집행기구로서의 교육부의 존속이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 주장의 논거를 검토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정책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교육정책에 있어 장기적인 전망은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경제·과학기술·산업 등의 변화를 고려하면 ‘백년지대계’로서의 교육정책은 불가능하고 타당하지도 않다. 10년 내지 15년의 중장기 계획이 최선이다. 이러한 중장기 교육계획은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자문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충분히 수립이 가능하다. 심의·자문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개혁 정책을 수립하여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행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이 결정하고 교육부가 집행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핵심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 부여와 교육개혁 의지와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비슷한 주장으로서 교육정책의 안정성·지속성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 교육지원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교육정책이 최선이거나 아니면 차선일 경우에는 타당한 주장이지만, 현재의 교육정책이 최악일 경우에는 오히려 보수적이거나 교육개혁의 흐름에 거스르는 반동적인 주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오히려 강력한 교육부가 필요하다. 중요한 교육개혁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 대통령과 장관의 임기와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교육개혁이 가능하다.

둘째, 교육정책의 중립성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5년마다 바뀌고 장관이 1, 2년마다 바뀌면서 중립성도 훼손된다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사, 학부모, 전문가,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서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위원 추천, 교사·학부모 단체 대표, 교육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학생·학부모·국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교육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그에 따라 국회의석수가 바뀌면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도 바뀔 수 있다. 위원 구성과 운영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교원단체와 전문가가 중립성이라는 전제도 사실상 하위의식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 학부모단체들도 정치적 지향성이 분명하며 매우 정치적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국회에서의 추천, 교사·학부모 단체 대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중립성을 지킬 것이라는 주장은 허황된 기대일 뿐 사실과 다르다.

셋째, 사회구성원 다수의 민주적인 합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회에서의 추천, 교사, 학부모,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의결기구화 할 경우 오히려 민주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한국교총이나 전교조,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교육시민단체 등에 장악될 경우 학생·학부모·국민을 위한 참된 교육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국회 정치세력의 추천으로 위촉된 전문가들조차 조직력과 자본력을 가진 교원단체의 영향력에 좌우될 경우 교육자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커진다. 필자는 차라리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학생·학부모·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을 더 수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이 못한다면, 이익집단 대표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한국교총이나 전교조,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교육시민단체 대표 위주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이익집단의 이익실현도구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주도하는, 교육관계 법률에 의한 교육개혁을 기대하는 것이 더 민주적일 것이다.

넷째, 교육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기구로서 의결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교육개혁방안 마련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독점하며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왔기에 교육개혁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교육개혁 선도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그 국가교육위원회가 반드시 의결기구일 필요는 없다. 만약 그 위원들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이라면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적 정당성도 확보하기 어렵거니와 합의가 어렵고 늦어질 경우, 또는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교육기관 전체의 교육개혁을 저해하거나 현상 유지 정책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필자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국민인 만큼, 교육정책 결정의 주권자도 국민이며, 국민이 선출한 대표나 대통령에 의해 결정되는 정책이 민주적인 교육개혁안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는다.

설사 크게 양보하여 교육정책 의결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올바른 교육개혁안을 수립·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를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교육부는 필수적이다. 오늘날 시대정신이 공정성, 공평성, 공공성을 반영한 정의사회 실현이라면, 교육정책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료한 법률과 명령, 그리고 정책집행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만약 교육지원처 수준이라면 부령(교육부장관령) 하나 만들지 못하는 최약체 집행기구로 전락하게 된다. 당연히 사회부총리로서의 지위도 불가능하며 여타 유관 사회정책을 전반적으로 주관하는 주도권도 발휘할 수 없다. 교육개혁 예산 확보에서도 불리할 것은 너무 뻔하다. 교육개혁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와 교육부 폐지를 실행하면 오히려 교육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의 자율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관, 집단들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와 교육부 폐지를 강조한다. 중앙정부의 권력 독점을 약화시키고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자치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논리라면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제왕적 권력이 동일하게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처럼 광역자치단체 교육감에게 교육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거의 없다. 교육부 권력이 약화되어야 한다면 시도교육청의 교육감 권력이 먼저 약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교육감들이 이를 찬성할 리가 없다. 이는 모순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전반적인 교육개혁이 어렵고, 대입제도 등 교육선발에 의한 교육불평등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대학에 자율성을 더 주면 줄수록 대입전형은 더 복잡해지고 공정성·공평성·투명성은 더 악화될 것이다. 교육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소위 SKY대학 재학생의 70% 이상이 9-10분위의 최상류층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도 사실상 대입 자율화의 결과인 것이다. 이미 서울의 주요 대학은 최상류층이 거의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분야에서 공정성, 공평성, 공공성을 반영한 정의로운 교육 실현이 핵심 과제라면,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존재·성격과는 별개로 강력한 교육개혁 추진기구로서의 교육부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현재 교육부가 가지는 문제점은 교육부 자체의 문제점이 아니라 대통령과 주변 정치 집단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향욱 같은 관료가 정치권의 비호가 없다면 어떻게 활개를 치겠는가? 또 그것이 교육부 관료 전체의 모습도 아니다. 또한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과 집행을 제대로 비판·견제하지 못하는 국회와 언론의 잘못도 있다. 또한 소위 ‘교육전문가’라는 필자 같은 전문가들의 올바른 비판과 노력 부족도 원인이다. 어찌 교육부에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떤 대통령, 어떤 교육부 장관을 선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계 내에서 이를 비판·견제하고 중장기적인 교육개혁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강력하게 권한을 부여한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국회 교육관련 상임위원회의 역할로 충분할 수 있다. 특히 필자는 국회 교육관련 상임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이 더 강조되고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학생·학부모·국민은 소위 교원단체나 교육전문가들의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 주장에 경도될 필요가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육전문가들이 일부 포함된 형태의 새로운 교육 분야 조합주의(corporatism)가 형성되어 교원단체 등 교육이익집단, 교육기관 위주의 교육정책 수립·집행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왜 다른 어떤 집단보다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를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잘 분석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생·학부모·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교원단체나 교원단체에 우호적인 교육시민단체를 통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원단체 중심의 교육조합주의는 우리가 지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경계할 일이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교육부 폐지라는 현재 공약이 그대로 실현될지도 의문이다.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정권 초기부터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국회에서의 위원 선출과정에서 야당의 우위로 새 정권이 추진하려는 교육개혁에서 그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심의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 간판을 달 수도 있다. 또한 교육부 폐지 공약을 실천한다면서 교육부를 교육지원부로 이름만 바꾸는 촌극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필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기구화, 그리고 교육부 폐지 공약이 아니다. 안철수 의원이 주장하는 학제 개편도 교육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 공평성, 공공성을 반영한 교육정의 실현을 위한 교육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교육개혁 공약의 내용과 방법이다. 특히 소위 SKY대학 재학생의 70% 이상이 9-10분위의 최상류층이라는 충격적인 교육 불평등 결과를 낳은 대입제도의 문제점, 대학 운영의 문제점, 그리고 고교 서열화를 낳고 있는 특목고·자사고 고입제도(입학사정관제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육정책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고 있는 고졸 미취업, 미진학 청년들에 대한 직업교육 지원, 성인 평생직업 능력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기대한다. 수없이 많은 소외계층, 소외집단을 찾아 적극 지원하고, 제2의 고교 평준화를 실행하며, 고교서열을 혁파하고, 깜깜이 대입·금수저 대입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고 공정성, 공평성, 공공성을 반영한 정의로운 교육을 실현하는 법령과 예산을 만들어 강력하게 집행하는 새로운 대통령과 혁신적인 국회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 교육개혁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며 국민의 지지와 찬사를 받는 강력하고 멋진 교육부를 기대한다. 이런 필자가 과연 비정상인가?
안선회 중부대 교수 안선회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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