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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노기자] '정원사 시인' 하우게가 체험으로 건져올린 공감시 30편…'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울라브 하우게 지음/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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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노기자] '정원사 시인' 하우게가 체험으로 건져올린 공감시 30편…'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울라브 하우게 지음/봄날의책)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우리가 나르는 것은 꿈이라오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꿈
일어나야 한다는 꿈
시간이 열리고
문들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꿈
땅이 열려 물이 솟고
꿈도 열리는 꿈
그런 꿈들을 싣고 어느 아침처럼
미지의 항구로 들어서는 꿈

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의 시 '꿈' 전문이다. 이 시를 읽은 독자들은 그의 시가 난삽하지 않고 쉽다는 걸 안다.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서 날이 어찌될지 내다보며 기다리며 이해하는 시인은 한 그루 나무 같다. 그는 영성의 시인이면서도 언제나 지상의 일을 걱정하는 우리의 시인이다.

그의 직업은 정원사였다. 한 손에는 도끼를 든 채 정원을 가꾸며 누구나 공감할 시를 써내려갔다. 울라브 하우게가 남긴 400여 편의 시들 가운데 한국 독자와 소통이 가능한 시 30편을 골라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봄날의책)로 출간됐다.

도서출판 봄날의책이 기획한 '세계시인선' 첫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선집에는 오슬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폴 헤르만센의 노르웨이 풍경 사진 일곱 점이 들어 있다. 세상을 형제로 이해한 시인은 줄 것이 많은 사람으로, 간호사가 마치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런데 하우게 시인은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그의 장례식은 슬픔 대신 감사로 가득했다. 어린 하우게가 세례 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펼쳐진 장례식에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는데,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고 시인 로버트 블라이는 증언한다.

매일 노동하며 건져올린 그의 시는 피오르의 얼음처럼 신선한 식탁보가 열리면 날아오는 새와 같다. 그의 말은 또한 실존적 상황을 건너게 해주는 돌이다. 그에게 말은 무용한 것이 아니다. 바람도 새도 없는 척박한 현실에서 말은 북위 61도의 푸른 사과와 같다고 번역자 임선기 씨는 말한다.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시인 하우게. 영성의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전문)를 남겼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