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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읍참마속과 토사구팽…옛 미래전략실에 대한 두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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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읍참마속과 토사구팽…옛 미래전략실에 대한 두가지 시선

산업부 유호승 기자
산업부 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삼성의 이명(異名·달리 부르는 이름)은 ‘관리의 삼성’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계열사가 늘어나자 체계적인 그룹 관리를 위해 비서실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삼성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던 1970년대를 거치면서 명실공히 ‘관리의 삼성’ 헤드쿼터로 자리잡았다. 1959년 출범한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하며 58년간 삼성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 조직은 지난달 28일 해체됐다.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두가지 말이 떠올랐다. 읍참마속(泣斬馬謖)과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뜻을 가진 읍참마속은 대의를 위해 측근이라도 가차없이 제거하는 공정성을 말한다.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최지성 전 부회장(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사장(미래전략실 차장), 팀장급 7명은 회사를 떠났다.

삼성은 통상 임원 이상에서 퇴임하면 고문 등으로 예우했다. 하지만 이번 퇴사자는 이러한 예우 없이 바로 퇴사했다. ‘쇄신’이라는 큰 틀을 완성하기 위해 삼성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퇴사자를 제외한 옛 미전실 인원들은 아직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전실이 해체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전실은 각 계열사에서 우수 인사고과를 받은 이른바 ‘에이스’들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이들은 졸지에 ‘잉여인력’으로 전락했다.

옛 미전실 인원은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토사구팽 당한 셈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관리의 삼성’이란 이미지도 무너졌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