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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하이투자증권, 제값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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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하이투자증권, 제값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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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애초 대주주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정책에 떠밀려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상황이 달라졌다. 모그룹인 현대중공업이 사업 분할로 사실상 지주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함에 따라 금산분리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 동안 하이투자증권을 꼭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매각 갈림길, 금산분리 규정으로 2년 이내에 매각해야

금감원 전자공시, 하이투자증권 지분현황이미지 확대보기
금감원 전자공시, 하이투자증권 지분현황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분수령을 맞게 됐다.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며 매각을 추진했으나 대주주가 시장과 괴리가 큰 최초 취득가격에서 크게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각 의지는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시장에 꼭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적 원인은 실질적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사업 분할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주총에서 분할계획서 및 분할 신설회사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을 의결 및 승인했다. 분할 비율은 현대중공업(존속법인) 74.6%, 현대로보틱스 15.8%,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4.9%, 현대건설기계 4.7%다.

이에 따라 4월 1일부터 인적 분할 및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4개 회사로 나눠진다.

지주사로 지배구조의 뼈대도 갖췄다. 지배구조의 정점은 현대로보틱스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13.4%, 현대일렉트릭 13.4%, 현대건설기계 13.4%, 현대오일뱅크 91.3%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단 순환출자구조의 해소를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봇투자 지분 7.98% (1400억원 규모)를 매각해야 한다. 앞으로 최대주주에게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양도하고, 최대주주가 보유한 현대중공업(존속법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중 일부 지분을 양수하는 주식 스와프가 유력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4월 1일부터 지주사 요건에 충족하지 않으나 사실상 지주사의 형태”라며 “유예기간은 2년으로 그동안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지주사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최초 취득가격 부담, 매각가격 하향 가능성 ‘모락모락’

금감원 전자공시, 지난해 9월말 기준, 하이투자증권 실적현황이미지 확대보기
금감원 전자공시, 지난해 9월말 기준, 하이투자증권 실적현황
이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은 매각 대상으로 그 지위가 추락했다. 바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원칙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지분 85.32%를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삼호중공업 42.34% 대주주이고, 그 위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보유 중이다.

이번 사업 분할로 지주사 전환의 유예기간인 2년 안에 자회사 지분 확보(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 40%)와 더불어 하이투자증권의 매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매각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매각가가 낮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은 CJ투자증권이다. 지난 2008년 현대미포조선이 인수할 당시 가격은 약 7050억원(지분 75.1%)이다.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약 4111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의 최초 취득가격은 1조1072억원(지분 85.32%)에 달한다.

하지만 여러 모로 M&A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먼저 가장 중요한 매각가격의 경우 시장에서는 5000억~6000억원 선으로 거론된다. 이는 최초 취득가격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이다.

크지 않은 덩치도 M&A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7064억원으로 체급은 헤비급이 아니라 플라이급에 가깝다. 최근 당국이 초대형 IB 도입 등 증권업계의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중소형증권사의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다.

M&A전문가는 “매각자의 패는 노출된 상황”이라며 “급할 게 없는 수요자 쪽에서는 유예기간까지 시간을 끌며 매각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미지근한 편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로 메리츠종금증권이 거론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 시 덩치가 2조9050억원으로 커지며 대형 IB(자기자본 3조원)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대형 IB라이선스 획득 시 투자여력 향상은 물론 다양한 신사업 진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메리츠증권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가격이슈뿐아니라 시너지효과 등 따질 게 많고 인수 후보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기업 분할로 하이투자증권이 M&A 시장에 꼭 팔아야 하는 진성매물로 지위가 달라진 만큼 좋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시장친화적 매물로 변신하는 작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예가 구조조정인데 실제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 추진설로 직원들이 술렁거리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도출한 리테일 경쟁력 강화 TF 결과물의 실행 여부를 두고 노사가 협의 중”이라며 “현재 희망퇴직을 추진하기로 하고 노사가 협상 중인 것은 아니며 희망퇴직은 향후 상황에 따라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고 노사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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