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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톡]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어떻게 '안산의 위안'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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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톡]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어떻게 '안산의 위안'이 됐나

대부업 꼬리표 떼고 '안산의 기적'으로…배구팬 넘어 재테크족에도 인기

OK(Original Korean)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제공
OK(Original Korean)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김은성 기자] 배구 팬들과 안산 시민, 대박금리를 꿈꿨던 소비자들이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안산 OK(Original Korean)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의 올해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입니다. 승률에 따라 우대금리가 제공되는 OK스파이크적금 이자율이 올해는 2.6%대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은 2년 연속 우승으로 OK스파이크정기적금1에 가입한 고객은 5.6%, OK스파이크정기적금2 고객은 4.89%의 고금리를 받았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에 짭짤한 재테크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배구단은 2013년 창단 후 3년 만에 2연패를 달성하며 ‘안산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그냥 오지 않았습니다.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는 운영난을 겪던 드림식스 배구단의 스폰서를 맡으며 인수를 추진했으나, 우리금융에 밀려 실패하자 팀 창단에 나섰습니다. 창단 당시 이름은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배구단’이었습니다.
이후 연고지를 물색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습니다. 여러 지역에 타진했지만 대부업체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로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러다 안산시와 2014년 3월 연고지 협약을 맺었습니다. 같은해 7월 러시앤캐시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시키면서 지금의 팀명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팀명을 가슴에 달지 못했습니다.

당시 안산은 '세월호'로 모두가 힘들어 하던 때였습니다. 구단은 물론 안산시도 배구단을 홍보할 수 없습니다. 배구단은 전지훈련 대신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두 달 동안 자원봉사를 하며 안산 시민과 함께 했습니다. 유니폼에는 팀명대신 ‘우리는 안산’과 ‘위안’이라는 의미가 담긴 "We Ansan"을 달고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이후 창단 2년만에 무적함대인 삼성화재를 누른데 이어 이듬해도 우승을 하는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리그를 마쳤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용병 선수의 퇴출 등 각종 악재가 겹친 결과입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창단 4년차의 젊은 팀이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뛰어주었다”면서 “사회공헌으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고객과 팬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을 받았다”며 배구단을 격려했습니다.

배구단의 도전은 꼴찌에서 업계 2위로 고속성장한 OK저축은행의 성장과 닮았습니다. 배구단은 감독 경험이 없는 젊은 감독과 어린 선수를 영입해 상식을 깨는 새로운 배구를 선보였습니다. OK저축은행도 고객과 직원 모두 '배구 팬'이 될 수 있는 이색상품을 선보이고, 비대면 거래와 해외 영업을 개척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배구단 사이트에는 팬들의 응원 글이 연일 올라옵니다. 팬들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올라가면 된다"며 "배우고 성장하면서 끝까지 좌절하지 않는 배구를 보여달라"고 응원합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딘 젊은 팀인만큼 다음 시즌엔 한 번 더 성장해 배구팬도 안산시민도 소비자들도 함께 웃는 시즌이 되길 기대합니다.

김은성 기자 kes0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