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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목수가 그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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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목수가 그리는 집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봄은 윤회의 계절이다. 우리는 나이 만큼 봄을 맞는다.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겨우 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은 새로운 풍경 속에서 위로 받는다.

지난 18일 토요일, 아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따뜻하고 평온한 날이었다. 현충사와 외암리 민속마을 등을 거치는 여행에 나선 것이다. 여행 중 이명래 고약을 만든 분이 천주교 신자였다거나, 현충사에 살고 있던 5마리의 고라니 중 몇 마리가 들개 때문에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가이드인 선무교(58) 선생님은 안전교육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학생들의 단체관광에 주로 많이 동행한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 틈만 나면 그는 안전에 대한 상식을 들려주었다. 긴급 사고를 대비해서 버스 안에 마련된 망치는 4개, 소화기는 2개다.

망치는 유리의 중앙 탈출할 때 사용하는데 중심부가 아닌 창가 쪽을 가격해야 한다. 중앙은 탄성 때문에 소용이 없다. 만약 망치가 안 보여 당신이 무겁다고 해서 소화기를 찾아 유리창을 깨뜨리려 한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균열이 일어나야 창문이 깨진다. 따라서 날카로운 쇠붙이, 동전이나 허리띠의 버클로 창가 쪽을 가격해야 한다.

안전벨트는 가슴이나 복부가 아닌 엉덩이 쪽으로 내려 매야 한다. 80~90km로 달리는 버스가 충돌할 때 그 충격은 150km에 달한다. 이 충격을 견디는 것은 골반 뼈 밖에 없다. 가슴뼈나 복부의 장기는 견디지 못한다. 노인이 음식에 체했을 때는 뒤에서 깍지를 끼고 명치부근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인공호흡의 중심부가 명치다. 1분당 30회, 그러니까 3분에서 5분사이 90회에서 150회 정도 명치 부근을 양 손바닥으로 쉴 새 없이 눌러 주어야 한다. 그 시간은 질식을 벗어나는 시간이다. 늦으면 공기가 공급되지 않아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응급 처치와 동시에 119를 부르는 일이다. 119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시간도 3분에서 5분 사이다.

가이드가 들려준 이야기는 평소 내가 느끼던 갈증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학교나 기업에서 입이 닳도록 창의력과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도, 내 이야기가 그들의 삶에 솔루션이 될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교육은 관념적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현장성을 바탕으로 삶의 개선으로 한발 더 들어가야 한다. 학문의 기능은 삶의 현장에서 그 구체적인 능력을 발휘될 때 그 의미를 더할 것이다.

“손가락을 들어 집을 한번 그려보라. 머리로 그리는 자의 집은 지붕부터 시작하지만 목수가 그리는 집은 주춧돌부터 시작한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 돌파력저자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