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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편의점, 호황 속 그늘… 편의점 vs. 편의점? 무의미한 250m 거리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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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편의점, 호황 속 그늘… 편의점 vs. 편의점? 무의미한 250m 거리제한

편의점 3만141개, 한 집 걸러 한 집… 무서운 성장에 명암 엇갈려, 점주들만 '개고생'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모범거래기준안에 따라 편의점은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무색하게 동일 상권 내 편의점은 난립 중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모범거래기준안에 따라 편의점은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무색하게 동일 상권 내 편의점은 난립 중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 잠실에서 ‘A 편의점’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 김모(가명)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길 건너 50m 거리에 경쟁사 ‘B 편의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편의점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하다.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편의점인 시대. 그야말로 ‘편의점 전성시대’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의 성장세가 매섭다. 경기 불황에도 편의점업계는 도드라진 성장세를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편의점 3사 CU, GS25,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총 3만141개다. 여기에 미니스톱과 위드미를 더하면 편의점 점포수 4만개 돌파도 머지않았다. 2011년만 해도 2만 개 초반이던 편의점 수가 6년여 만에 2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점주들은 편의점 포화에 대해 짙은 우려를 보였다. 대기업인 가맹본부의 이익은 그만큼 늘었겠지만, 자영업자인 점주들 입장에선 장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공정위, 동일 편의점 250m 출점 금지… 현실성 떨어져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모범거래기준안에 따라 편의점은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무색하게 동일 상권 내 편의점은 난립 중이다.

2015년 한국 편의점산업협회 기준으로 한국 편의점은 인구 1777명 당 1개가 존재하며, 일본 프랜차이즈협회 기준 일본 편의점은 2374명당 1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길을 걷다 쉽게 편의점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철 5호선 내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가명)씨는 “지하철 편의점은 회사가 임대해서 점주에게 운영만 주는 시스템이라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꼼수도 존재한다. 기존 경영주에 동의가 없으면 250m 내 동일 상권 편의점이 들어올 수 없다. 본사는 경영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기존 경영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점포수를 늘려 출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구의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가명씨)는 “껌 하나를 팔면 마진이 30% 남는다. 원가가 700원이면 300원이 남는 셈이다. 그 300원을 본사와 나눈다. 보통 편의점을 새로 시작하면 점주와 편의점이 7:3의 비율을 갖는다. 그런데 근처에 편의점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본사에서 비율을 1%만 올려줘도 한 달에 50~100만원은 더 벌게 된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담배소매점 규정으로 개선될까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한지명 기자
편의점은 담배를 주요 모객상품으로 판매한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는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하되 거리, 측정 방법 등 구체적 기준은 지역별 인구, 면적,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장이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100㎡ 이상인 종합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구내소매점으로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250m 이내 입점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대형매장을 제외하면 50m 내에는 다른 편의점이 입점하지 못한다.

편의점업계는 거리제한을 두고 “시장경제의 논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고, 점주들은 입을 모아 “거리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과도한 편의점 입점으로 소상공인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무리한 경쟁으로 공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모(가명)씨는 “우리의 최대의 적은 대기업이 아닌 바로 곁에서 장사하는 편의점이다”라며 “조금이라도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임대료가 높아지거나 근처에 같은 업종이 들어선다. 관련법이 시급히 마련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편의점의 영업거리(250m) 제한기준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신규 출점 거리 제한은 같은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되기에 그동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에만 2건이 추가되는 등 현재까지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22개다”며 “지역 상권은 대표적인 표심 정책이기 때문에 관련 법규가 개선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