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현재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법적처리와 함께 4월 1일자로 분사하는 ‘도시바메모리’의 몸값을 올려 매각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WH 파산보호 신청…한전에 SOS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 매각에 앞서 28일 현재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WH에 대한 미 연방파산법 11조 적용을 신청했다.
현지시간 2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WH의 파산보호가 받아들여질 경우 도시바는 WH를 계열사에서 분리할 수 있고 원전 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 확대도 막을 수 있어 경영 재건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WH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가 WH의 파산보호 신청 후 회생을 위해 한국전력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전이 이미 원자로 기술을 갖고 있고 현 상태에서 WH에 출자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WH의 지적재산과 핵연료 제조·폐로 등 원자력 관련 기술은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자산 매각이나 사업재편이 단행된 후에는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WH의 재건 계획이 세워지면 도시바는 한전이 아닌 다른 스폰서를 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초미의 관심사 ‘도시바메모리’
도시바가 새 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주식의 과반을 매각할 계획인 가운데 순자산이 6000억 엔에 달하는 새 회사의 사업가치는 1조5000억 엔에서 2조엔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단일 기업이 인수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기업과 안정적인 메모리 제품 조달을 원하는 기업, 고가에 재매각을 원하는 펀드까지 얽혀 복잡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출자기업은 이날까지 금액과 취득 비율을 제시하지만 도시바는 우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내 공장을 유지하려는 도시바와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려는 인수기업이 의견차를 보이며 한 번의 입찰로 매각처가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매각 대상이 외국 기업이 될 경우 외환법에 의한 사전심사 대상으로 할 방침을 세웠다”며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도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TSMC·중국 칭화유니그룹 등 10여개 기업이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시바 반도체 사업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면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해외 기업 매각밖에 방법이 없다면 “중국이 아닌 ‘미국’에 매각하고 싶다”는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 역시 “도시바메모리가 중국이나 대만 기업에 매각되면 정부가 매각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