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은 시인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서거한 지 7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022석의 위용을 자랑하는 세종문화회관(Sejong Center)에서는 1월 18일부터 2월 26일까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안중근 중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Hero)'이 160분의 러닝 타임으로 공연되어 대성공을 수확했고, 1004석의 예술의전당(Seoul Arts Center)에서는 여성적 감수성의 시인 윤동주의 일생을 담은 '윤동주, 달을 쏘다(Shooting at the moon, Yun Dong-Ju)'가 여덟 편의 시를 탑재하고, 1막 12장, 2막 9장의 21개 장(場)으로 직조되어, 145분의 시간으로 공연되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의 흥행 성공이다.
2012년 초연 이래, 네 번 째 공연으로 서울예술단의 시즌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가무극(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의 탄생을 촉발하였고,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감지한 무용, 문학, 영화, 사진 등으로 문화콘텐츠를 확장 중이다. 블록버스터 통합예술의 가시적 효과가 파생시킨 미완의 '독립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창력, 연기에 춤이 가세되면서 '윤동주, 달을 쏘다'는 활력을 찾고, 시적 상상력에 긴장감 넘치는 작품의 품격을 소지한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침략과 수탈의 대상이 된 나라의 지성인들을 통해 이성적 인내의 한계와 민족의 미래적 운명에 대한 반면교사의 교본으로 기능한다. 부지런히 춤밭을 일군 우현영(禹賢塋)은 클래식한 고품격 재즈 댄스로 '몸의 미학'을 완성한 주인공이다. 그녀 자체가 브랜드인 현재적 위치에서 서울예술단의 춤꾼들을 만나 새로운 춤들을 만든 행위는 숭고하고 아름답다. 최고의 춤꾼들이 펼치는 신개념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의 심사위원으로서의 우현영의 안목을 엿보게 한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생동감이 넘치는 창의적 상상력, 탄탄한 안무적 구성, 시각적 색상과 질감을 고려한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진한 감동을 남긴다. 완벽한 대칭적 구도로 조밀하고 꽉 찬 느낌을 주는 우현영의 안무는 늘 폭발적 마력을 발산한다. 연기의 모든 요소 중 손끝, 발끝은 물론 움직임의 방향성, 무선(舞線)은 작품을 부드럽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배열은 특정한 수의 회전·병진·반사·반전 등의 대칭요소를 갖는다. 배열방향이 달라져도 미묘한 움직임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
우현영은 한국무용, 발레, 재즈를 비롯한 모던 댄스를 거쳐 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취력을 보여주었다. 현혹되지 않고, 하늘의 뜻을 알아가는 경계에 선 안무가가 힘의 균형을 통한 조화와 소통을 보인다. 모던한 감각으로 풀어낸 그녀의 춤은 일제 강점기의 경직과 급박한 위기 속에서도 분위기를 창출하는 힘을 발휘한다. 시대적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된 춤은 축약된 춤의 울트라 메가로 엮은 역동성을 보여준다.
국제무대에서도 폭넓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우현영 안무의 춤은 역동적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한국적 정서를 소지하고 있다. 우현영은 자신의 직관과 자신감으로 독창적 예술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배려심을 발휘한다. 21세기 들어 꾸준히 지켜본 그녀의 안무작들의 열기가 배어있는 '댄스'(댄스홀)는 꽃으로 흐릿한 과수원에서 홍매화가 피고 지는 청춘의 낭만을 지켜 본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