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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잔인한 4월과 유권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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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잔인한 4월과 유권자의 선택

윤정남 산업부장
윤정남 산업부장
희망이 넘치는 봄의 계절 새봄 4월이다. 목련과 산수유 꽃이 피었고 이제 진달래와 벚꽃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생각나는 말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문구이다.
영국 시인 T.S.엘리엇은 433행의 장시 ‘황무지’를 통해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라 노래했다.
황무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초래한 정신적 혼미와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특히 '4월은 잔인한 달'의 본질은 봄의 생명력을 찬양한 문구다.
세계 경제가 깜깜한 터널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력을 보이고 헌정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지금 대한민국 상황과 여러모로 오버랩된다.
이제 우리는 변화의 4월을 맞았다. 우리 실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5.9 대선'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경제는 나라마다 기지개를 켜고 산업 생산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본산인 미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을 주도한다.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병자(病者) 취급을 받았던 유럽의 회복세도 뚜렷하다. OECD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3%, 내년 3%로 각각 제시했다. 침체에 허덕였던 유로존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높은 1.4%로 조정했다.
문제는 국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한국 수출이 회복되는 긍정적인 신호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나라 안에선 대선을 앞두고 경제보다 정치가 우선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나라 밖에선 미국발 보호무역니 중국발 사드보복 하는 것들이 한국 경제를 어지럽히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도 걱정거리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정치적 혼란과 갈등, 불확실성 때문이다. 수출 경기는 서서히 달아오르는데 내수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무엇보다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기업 규제 정책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소비심리도 살아남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춰서도 안될 시기다. 현재 시점에서 개인이나 기업할 것 없이 여러 변화의 쇼크에 경계심을 늦춰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잠깐 한눈 팔면 큰 손실을 입거나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가 각종 변화의 새 출발점인 4월만 지혜롭게 넘긴다면 대한민국은 '5.9 대선' 이후 한차례 성숙된 상황을 맞으리라 확신한다.
이 모든 시작은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지 지혜를 모으고 끊임없이 살펴야한다. 또한 후보자들이 국정운영 능력을 가졌는지, 그동안 삶의 궤적이 어떠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막연한 감성적 선택을 벗어나 냉철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미 대통령 탄핵정국도 훌륭하게 치러낸 우리 국민이 아닌가.

윤정남 기자 y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