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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의 우보 같은 뚝심으로 창의적 무대 만들기 온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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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의 우보 같은 뚝심으로 창의적 무대 만들기 온 힘

[무용인물 탐구(2)] 현대무용가 김보라(Art project BORA 예술감독)

기존의 질서 새롭게 해석하고

진지함과 땀으로 작품 만들어

섬의 풍란처럼 폭풍 성장 이뤄

무용수와 소통하며 동작 끌어내

작품엔 역설·어긋남 등 녹여내

독특한 극적 구성 뛰어나


김보라 안무의 '각시'. 사진=이진영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각시'. 사진=이진영
현대무용가 김보라(Art project BORA 예술감독)의 일상은 몸의 움직임처럼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분주하고 자유롭다. ‘보다’라는 뜻의 이름을 생각하며 담홍의 성숙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젊은 안무가 보라가 생각하는 ‘몸 틀’에 대한 궁금증이 인다. 그녀의 춤은 특정되지 않은 채 언제나 도발과 실험을 거듭한다. 지난 3월 물아일여(物我一如)의 선(禪)의 경지에서 자연에 관한 깊은 명상 『인공낙원』에서 채어(採語)한 것은 건강한 ‘몸’이었다.
여승의 우보(牛步)같은 뚝심으로 하루를 창작의 공간으로 쓰는 김보라는 다가오는 식목일 다음 날, 현대무용으로 풀어 낸 『각시』를 재공연한다. 동명의 고전적 춤 틀의 작품과 보라의 동시대 현대적 질감의 안무작과의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그녀가 쌓은 시간 위의 창작품들은 백색의 제의 같은 진지함과 땀의 결정들로써 빚은 것이기에 숭고함이 빛난다.

보라는 여러 갈래의 춤을 연마하며 야생화처럼 커왔고, 한예종에 입학해서는 야생성을 자신의 무기로 삼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그녀가 좋아하는 상록(Ever Green)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허물고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시편 45편 ‘왕의 오른손이 왕에게 두려운 일을 가르치리’이다. 보라는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가 도축되는 풍경이 가져오는 한유주의 혼돈에 공감한다.

김보라 안무의 '각시'. 사진=이진영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각시'. 사진=이진영
너른 들판에서 별을 헤며 성장한 그녀는 이민정(영화배우), 손예진(영화배우), 유인나(탤런트, 영화배우), 김민정(탤런트, 영화배우)과 동갑이다. 관습적 여성성을 비틀고, 문명의 떼처럼 기생하는 기존질서들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바람 부는 섬의 풍란처럼 폭풍 성장한 그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자유로운 영혼이 탐험하고자 하는 ‘헤밍웨이의 바다’로 연착륙하는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전해진다.

‘카리브의 치명적 유혹이다/여름 올 때마다/헤밍웨이의 바다가 생각난다//청새치 떼 집단 무(舞)를 펼치고/이글대는 햇살에 하얗게 노출된 백사장/묵상의 도구가 되었던 바다// 구식타자기 자판이 튀어 오를 때마다/불타는 콩밭처럼 어린 소금들이/팝콘처럼 익어가던 바다//파이프 담배가/고독한 일상의 유일한 친구였던 사내/그 영원한 자유인의 글을 읽다보니/나도 미친 시가 쓰고 싶어진다//내 머리 위의 저 달빛을 따라가면/헤밍웨이의 바다가 그리 멀 것 같지 않은 밤이다’

김보라 안무의 '꼬리언어학'. 사진=목진우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꼬리언어학'. 사진=목진우
김보라 안무의 '꼬리언어학'. 사진=이진영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꼬리언어학'. 사진=이진영
5월 브라질 ‘ABCDanca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Florence Summer Festival’ 공연을 앞둔 그녀는 아버지 김정태, 어머니 이경자 사이의 1남1녀의 장녀로서의 삶, 작품 토론으로 조력하는 남편 김재덕과의 부부 무용가로서의 삶 속에서도 그녀는 평상심을 잃지 않는다. 마음의 안정은 사유의 틀을 만들어주고, 바람 타는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바람 부는 날에도 보라의 꽃은 피어난다.

안무가로서 김보라는 관계 속에서 소통하면서 무용수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창의적 방법론을 구사한다. 그녀는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존재론’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사상을 좋아하고, 미술작품을 즐겨 감상하고, 당대의 ‘현재적 춤’의 대가 최승희,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이자 이미지 연극연출의 거장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 일본의 부토무용단의 공연을 존중한다.
김보라는 부토무용단의 자연 관련 창작품들의 창작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춤에서 학습한 것을 토대로 무사(舞寫)하는 관습적 안무나 이론 등을 계율처럼 여기는 것을 싫어한다. 그녀의 안무작에는 ‘직관, 직감적으로 포착’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간에 침착되는 방법론을 구사한다. 역설, 어긋남 등이 순간적으로 묘사되는 그녀의 작품에는 무용수의 에너지, 빛, 보이지 않는 재능이 번뜩인다.

김보라가 아끼는 몇 편의 작품으로 그녀의 안무 성향을 살펴본다. 그녀의 대표작은 『혼잣말』, 『소무』, 『꼬리언어학』, 『Thank you』, 『각시』, 『인공낙원』, 『I’m not there』, 『프랑켄슈타인』 등에 이른다. 그녀는 보고 경험한 것을 깨트리는 것, 생소하고 보지 못한 것이 인정받는 안무가가 되고자 한다. 타 장르와 어울리면서 시대적 가치를 소지한 독창적, 유쾌한 소재를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안무와 연출로 보여준다.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
『혼잣말』은 안무 데뷔작으로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성으로서의 삶, 그 속사정을 몸으로 드러낼 수 있는 낯선 아름다움에 반(反)하는 소변 행위, 침을 뱉는다는 느낌 등을 표현한다. 할머니의 화상을 보고 몸으로 표현해내는 등의 작업이다. 김보라의 독무는 자신의 작품에서 기존의 여성성과 형식을 파괴한다. 『Thank you』는 과도한 예법(인사하는 것)을 풍자한 작품으로써 현대적인 감각으로 판타지적 요소가 넘치는 작품이다.

『꼬리언어학』은 언어에 관한 작품이다. 만약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몸을 보이지 않는 꼬리로 설정하고 신호나 사인을 꼬리로 사용한다. 동화적이고 익살스러운 면과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혼재한다. 『각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을 앞둔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김보라 독무로써 하체는 종이바지를 입고 보수적 분위기, 상체는 몸이 드러나게 하면서 자유를 상징하며 상하의 대비가 흥미로운 춤이다.

『소무』는 여성, 젠더, 제도에 걸친 페미니즘 탐구작이다. 안무가는 성차별 없는 세상을 ‘각시’를 통해 보여주며 현대인들의 우울한 초상을 섬뜩하고도 풍자적으로 환기시킨다. 소무탈(각시탈)에서 모티브를 얻어 여성의 해방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라이브 거문고 연주, 복사뼈까지 물이 찬 무대에서 다섯 명의 댄서들이 여성성을 대표하며 춤을 춘다. 캐릭터들을 양성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실험 작업을 선보인 작품이다.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소무'. 사진=김근우
김보라 안무의 '인공낙원' 사진=최나랑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인공낙원' 사진=최나랑
『인공낙원』은 자연과 자연의 상호작용과 신체 원형에 관한 거대 담론이다. 유사자연에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시간은 엄청나다. 철학자 퐁티의 주장처럼 인간은 자신이 또 다른 자연(몸)임을 느끼게 된다. 인공과 낙원이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가 어떻게 어울려 하나가 되어 가는지 보여준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신작이다. 현실 안주는 거꾸로 내려오는 나무들의 기형을 닮은 역린의 사회를 탄생시킬지 모른다.

김보라, 전 세계 무용계에 한국의 무용철학자로 각인된 젊은 안무가다. 그녀의 무용단 ‘아트프로젝트 보라’는 대상물이 된 주제나 피사체를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 독창적이고 위트 있는 극적 구성, 영화적 안무, 현란한 기교와 뛰어난 상상력으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주며 관객과 공감하는 단체다. 역사는 변화를 꿈꾸는 자들의 희생과 자양분을 섭취하면서 성장한다. 김보라의 노력에 존중을 표한다.

김보라 안무의 '인공낙원' 사진=최나랑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인공낙원' 사진=최나랑

학력
2002~2006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실기과 현대무용 졸업
2008~2010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실기과 현대무용 졸업
2010~2013 단국대학교 무용학박사 졸업

수상 내역
2015.01 한국춤비평가상 “Thank you” 베스트작품상 수상
2014.07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쿨 "위대한 독재자" 안무상 수상
2014.02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EX2014 심사위원상 수상
2013.01 댄스비젼 베스트댄서상 수상
2012.11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
2012.06 제16회 충남무용제 최우수상 수상
2011.06 2011년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차세대 안무가 선정
2010.09 제19회 전국무용제 은상 수상
2010.07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 선정 –with LDP
2010.06 제14회 충남무용제 대상 수상
2009.06 제13회 충남무용제 안무우수상 수상
2008.06 제12회 충남무용제 안무우수상 수상


김보라 안무의 '혼잣말'(a long talk to oneself)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혼잣말'(a long talk to oneself)
○ 주요 경력
2017.03 신작기획공연 “인공낙원”안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7.02 “원형에 대한 생각-몸틀”, 김보라,지경민 공동안무/ 공연예술 창작 확장 프로젝트 쇼케이스 / 서강대 메리홀
2017.02 공연예술창작확장프로젝트 “몸틀” 시연, 안무 및 출
2016.12 SCF 개막 갈라 “소무” 안무
2016.10 국립현대무용단x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프로젝트 <예기치않은>초청 “꼬리언어학” 안무
2016.08 서울문화재단 “꼬리언어학” 안무 및 출연
2016.07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국내초청작 “꼬리언어학”, “각시” 안무 및 출연
2016.05 한불수교130주년 기념, 프랑스 Rencontres Choregraphiques Internationale de Seine-Saint-Denis 초청 “소무” 안무
2016.04 한불수교130주년 기념, 프랑스 NN Corsino 영상프로젝트 “Between the lines” 안무
2016.03 이태리 Korea Florence Film Festival 개막식 초청 “소무” 안무
2015.11 창작산실 우수작품 "소무" 안무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5.10 멕시코 Cervantino Festival & Sinaloa Festival 초청 “꼬리언어학”,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5.10 서울아트마켓 팜스초이스 "꼬리언어학" 선정, 개막식 축하공연 "소무" 안무
2015.06 프랑스 파리 CND “혼잣말” 프레젠테이션
2015.02 슬로베니아 EN-KNAP Productions 초청 “혼잣말”, “Thank you” 안무 및 출연
2015.02 일본 Yokohama Dance Collection EX2015 수상자 신작공연 “Thank you”, “Gaksi” 안무 및 출연
2014.12 벨기에 December Dance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4.10 PAMS ‘Who's Next 2014' "Thank You"
2014.10 서울댄스플랫폼 "각시" 안무 및 출연
2014.09 오스트리아 Light on - Light off no.7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4.08 독일 탄츠메세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4.07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 공연 “Thank You” 안무 및 출연
2014.05 프랑스 Rencontres Choregraphiques Internationales Seine-Saint-Denis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4.05 네덜란드 KORZO NDT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4.05 원데이 아트 페스티벌 "Pictures of you" 안무 및 출연
2014.05 모다페 국내초청작 "The song" 안무
김보라 안무의 'Thank you' 사진=옥상훈이미지 확대보기
김보라 안무의 'Thank you' 사진=옥상훈
2014.04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안무 및 출연
2014.03 러프컷나잇 “꼬리언어학” 안무 및 출연
2014.02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3.12 국립현대무용단 기획공연 몸과 미디어 사이 ‘Nobody' 안무 및 출연
2013.10 ‘프랑켄슈타인' 안무 및 출연
2013.10 서울댄스플랫폼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3.04 원데이 아트페스티벌 ‘Intelligence' 안무 및 출연
2013.03 2013년 LDP 정기공연 ‘I'm not there' 안무
2013.03 핀란드 PDC 댄스페스티벌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3.02 후쿠오카 프린지 페스티벌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3.01 육완순 현대무용50년 페스티벌, 한국을 빛낸 현대무용가들 초청 ‘혼잣말' 안무 및 출연2012.11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2.05 피지컬페스티벌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2.01 한팩 안무자육성 쇼케이스 ‘혼잣말' 안무 및 출연
2011.12 싱가폴 CONTAC 페스티벌 ‘혼잣말' 안무 및 출연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