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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 Talk] "이런 비장애인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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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 Talk] "이런 비장애인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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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얼마 전 느닷없이 50만원짜리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 소득공제도 안 되는 벌금이라니, 내용이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장애인주차구역 침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아니 그게 벌금 사유가 되나? 곱씹고 곱씹었다.
내가 사는 집 주차장에 내 마음대로 차도 못 대서야하는 생각까지 들자, 좀 억울했다. 서대문구청에 당장 따지기라도 하듯 혼자 씩씩댔다. 그리고 이내 뭐가 잘못됐는지는 알아야겠다 싶어 장애인주차구역을 담당하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그 담당자의 첫마디는 "억울하긴 하겠으나 법을 위반한 것은 맞습니다"였다. 이후 그는 "선생님께서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한 것도, 주차 방해를 하지도 않으셨으나, 금을 아주 미세하게 밟으셨습니다. 아마도 장애인주차구역 주차법을 아주 잘 아는 민원인이 신고한 것 같습니다"라고 낭낭한 목소리로 상세히 설명을 해줬다.

그러면서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10만원 벌금이지만, 장애인주차구역 앞이나 옆에 혹은 그 구역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더 큰 벌금을 내게 하는 게 현행법입니다. 이 같은 법은 복지부에서 만들었습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왕 주차할 거 아예 장애인주자구역에 하질 그랬냐는 무언의 핀잔이다. 벌금이라도 덜 나오게 말이다.

흥분해 전화했다가 순간 스스로 "에잇 바보 천치같으니..."라는 말을 되뇌였다. 너무 부끄러워서다.

평소 나는 장애인들의 인권에 많은 관심을 두고, 특히 지하철에서 장애인분들의 이동에 불편함을 꼬집어서 각 구청에 민원을 넣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오지랖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울 방법은 그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평상시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인주차구역 침범이라니... 약간은 억울했으나, 찾을 수밖에 없었다. 쥐구멍!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래서 나는 몸도 마음도 불편한 이들이 절대 불편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늘 희망해왔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의 인권을 짓밟고 홀대하는 이들에게 늘 "이런 비장애인들"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간혹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보고 하는 말 중에는 그들을 가슴아프게 하는 말이 많다. 사실 장애인들에게 정상인들은 그저 비장애인일 뿐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굳이 장애를 들어 이상하게 하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저 몸이 불편한 분들은 장애인, 일반인들은 비장애인일 뿐이다. 차별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차별과 편견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애인이라서 단지 휠체어를 탔다고 무시하는 행동들... 과연 장애인들이 보는 비장애인들의 그런 행동에는 장애가 없을까 늘 반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없는 행동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일년 중 가장 맑은 날을 골라 지정한 게 바로 오늘,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에 "이런 비장애인을 봤나!" 스스로를 채근한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