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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국인 관광객 130만 명 시대 연 남이섬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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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외국인 관광객 130만 명 시대 연 남이섬의 역발상

노정용 부국장
노정용 부국장
춘천 남이섬은 한 해 120개국 13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지난 3월 사드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한국관광제한이라는 초강수에도 흔들림 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1944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남이섬은 오늘날의 모습과는 달리 모래섬의 불모지였다. 수재 민병도 선생(1916~)이 1965년 토지를 매입해 이 모래땅에 다양한 수종의 육림을 시작했다. 1966년 경춘관광개발 주식회사를 설립, 종합휴양지로 조성하던 중 IMF 금융위기로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수재는 좌절하기는커녕 2000년 4월 주식회사 남이섬으로 상호를 변경하여 공격적 마케팅을 실시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유원지’로만 인식되던 남이섬은 2001년 12월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어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1년 30만명이 채 안되던 관광객 수가 태국과 대만,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권 및 유럽권 관광객들이 급증해 2004년부터 연 평균 160만 명이 방문하는 ‘국제관광지’로 발돋움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2012년 64만 명(총 방문객 260만 명), 2014년 100만 명(총 308만 명), 2016년 130만 명(총 328만 명)에 달해 국내 단일 관광지로서는 최고의 외국인 관광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위기도 있었다. 드라마 ‘겨울연가’ 후광으로 2002년부터 급증하던 외국인 관광객이 2004년을 정점으로 한풀 꺾였다. 남이섬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흔히 말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05년 ‘겨울연가’의 ‘남이섬’에 다른 이미지를 입히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바로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를 접목시켜 ‘남이섬 세계 책나라축제(NAMBOOK: Nami Island International Children's Book Festival)’를 기획한 것이다.

어린이 그림책을 매개로 한 ‘남이섬 세계 책나라축제’는 매년 5월 열리는 종합문화축제다. 올해 8회를 맞이하여 ‘신비로운 세계나라’라는 주제 아래 국내외 동화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BIB 그림책 수상작 전시 등을 비롯해 가족극, 공연 및 퍼레이드, 각종 체험 등 축제를 찾아온 온 가족이 책과 함께 신비로운 상상의 나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나미콩쿠르(남이섬 국제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는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1회에 42개국, 2회에 71개국, 3회째인 올해에는 89개국에서 1777명이 응모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콩쿠르로 발돋움했다.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와 함께 세계 3대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남이섬의 저력은 역발상에 있다. 설립자 수재는 척박한 모래땅에 불가능에 가까운 나무를 심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쓰레기를 관광상품화 했으며, ‘겨울연가’의 흥행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테마를 찾았다. 남이섬은 쓰레기를 재활용하면서 자연이 살아났고, 소주병 등 쓰레기를 재활용한 작품들은 이제는 섬의 상징이 됐다. 남이섬 구석구석을 산책해봐도 쓰레기 한 점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섬에 숲이 우거지자 많은 문화•예술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남이섬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대 공연•전시를 기획, 자연생태 청정 정원의 이미지에 ‘동화나라’ ‘노래의 섬’이란 콘셉트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업계가 ‘유커’ ‘싼커’에 집중할 때에도 남이섬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관광정책을 펼쳐왔다. 2014년부터 할랄 공인인증 음식점 ‘아시안패밀리레스토랑 동문’ 운영과 함께 할랄 인증을 받은 냉동생지를 프랑스 브리드(BRIDOR)에서 공수해 직접 구워 판매하며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남이섬을 방문한 무슬림은 말레이시아•태국 각 14만명, 인도네시아•베트남 10만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남이섬 전명준 대표이사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눈앞에 둔만큼, 한국적 특성을 살린 직원들의 ‘손끝 정성’과 동반성장을 앞세운 ‘북한강 관광벨트’를 통해 자연 속 문화를 체험하는 설렘의 100년 관광을 시현하겠다”라고 밝혔다.

감성문화가 살아숨쉬는 남이섬. 섬에 입장하자마자 느껴지는 ‘나미나라공화국’의 경영철학이 대한민국 모든 관광지로 전파되길 바란다.

노정용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