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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펀드 500조원 돌파, 입맛이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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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펀드 500조원 돌파, 입맛이 쓴 이유는

주식형 감소 추세 속 부동산·MMF만 급증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최근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을 탈피해 2300선 진입을 테스트 중인 가운데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13일 국내 펀드 순자산이 사상 최초로 500조원을 돌파했다고 전해온 것이다.
펀드순자산 증가 추이를 보면 전체 펀드 순자산이 300조원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7년 9월19일이다. 400조원대(2015년 3월3일)로 올라서는데 8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고작(?) 2년만에 500조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설정액 기준으로도 500조9970억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펀드 500조원 시대다.

외견적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진하다. 2년간의 자금 추이를 보면 주식형펀드의 규모는 77조원에서 66조원으로 11조원 줄었다. 반면 채권형이 27조원, 머니마켓펀드(MMF)는 31조원 늘었다. 부동산도 20조원이나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MMF의 순자산은 129조4920억원에 달한다. 전 유형 가운데 가장 금액이 크다. 2위인 채권(104조5430억원)과 비교해도 24조9490억원이나 많다.

MMF는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는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이다. 기업어음(CP)나 양도성예금증서(CD), 콜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는 실적배당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MF를 '투자할 곳이 마뜩찮을 때 잠시 넣어두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러한 인식은 마찬가지다. MMF의 급증세는 결과적으로 개인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세를 나타내며 2300선을 공략 중이다. 하지만 대형주 위주로 오르다보니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코스닥이나 중소형주들은 크게 오르질 못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여전히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리 된 연유를 따져보면 개인의 책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중장기보다는 단기성과 위주의 투자전략과 오랜 기간 이어진 실패의 역사 또한 한몫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개인 수수료를 사실상 포기하고 고액자산가 영업 강화로 전략을 바꾼지 오래다.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 감소와 MMF와 부동산 펀드의 급증세를 단순한 투자 트렌드 변화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도, 추세도 개인을 배척하고만 있다. 개인 투자자는 언제까지 남의 집 잔치만 바라봐야 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