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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기획] 내수 바닥, 꽁꽁 닫힌 지갑… 식음료업계, 간편식 시장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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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기획] 내수 바닥, 꽁꽁 닫힌 지갑… 식음료업계, 간편식 시장 선방

김동환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자구적 노력 필요”

김동환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김동환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식품업계가 침체된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격 거품을 없애거나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등 업계 자구노력을 강구해왔다. 저녁 모임이 줄어들자 혼술·혼밥족을 위한 가정간편식이나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꽁꽁 닫힌 지갑 열기에 나선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0년 7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했다. 즉석 섭취 식품의 비중이 59.3%로 가장 높았고 즉석 조리식품(34.9%), 신선 편의식품(5.7%) 순이다. 제품 분야도 점점 세분화하는 추세다. 올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는 제조사별 R&D 기술을 바탕으로 맛과 전문성을 모두 충족시킨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혼술, 홈술 트렌드로 자연스레 늘어나는 안주 HMR 시장에 주목했다.

대상 청정원은 신규 브랜드 ‘안주야(夜)’를 론칭하고 안주 HMR 시장 개척에 나섰다. ‘안주야(夜) 논현동 포차 스타일’은 서울 대표 맛집인 논현동 실내포차 안주 스타일을 콘셉트로, 맛집들의 조리방법에 청정원의 전문성을 더했다. 동원F&B는 조리된 안주를 바로 먹을 수 있는 안주 통조림 ‘동원 포차’를 선보였다.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춘 100g 이하의 소단량 제품으로 휴대·보관이 편리하다. 사조대림은 치킨전문점과 포장마차의 인기 메뉴인 닭근위튀김을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치킨 별미를 내놨다. ‘안심치킨 허브닭근위튀김’은 혼술을 즐기는 20~30대부터, 포차안주의 추억이 있는 40~50대,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10대까지 전 연령층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포장 단위는 200g, 400g 등 다양하게 구성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발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의하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식업 매출은 평균 24.9% 감소했다. 이처럼 불경기에 외식비중까지 감소한 가운데 가성비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들도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맥주 대비 40% 저렴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Filite)’를 내놨다. 유흥시장 감소에 따라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성비에 집중했다. 늘어나는 수입 맥주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다. 실제 SNS상에서 ‘가성비 갑(甲)’ 제품으로 입소문 나면서 출시 20일 만에 초기 물량 6만 상자가 완판됐다. 오뚜기가 선보인 ‘오뚜기 피자’ 4종은 정통 피자를 오븐이나 후라이팬으로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제품이다. 실속 챙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맛·도우·토핑 등 피자전문점 못지않게 충실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환 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 1인 가구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 현재 경제 상황과 맞물려 가성비 트렌드, 가정간편식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소비 패턴에 부응하는 신제품 출시, 포장 단위 변화 등 식품업계 자구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진출의 경우 단시간 내 성과를 낼 수 없는 부분이다. 내수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는 것”이라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 역시 다른 분야와 보조를 맞춰가며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천진영 기자 cj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