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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동부제철이 참치를 찾아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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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동부제철이 참치를 찾아 나선 이유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동부제철이 일등인 사업 분야가 있다. 바로 석도강판 시장이다. 위상으로 따지자면 포스코 현대제철이 ‘투 톱’인 자동차강판에 못지않다. 석도강판은 우리 생활에 아주 가까이 있는 음료 캔, 통조림을 비롯해 산업용 유류 캔 등의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최근 동부제철 출신의 고위직 인사와 저녁 자리를 했다. 철강업계가 당면한 문제들은 빼놓을 수 없는 화제였다. 그러던 차에 동부제철이 예전에 전 세계 참치 캔 시장의 25%까지 차지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흥미가 생겨 어떻게 가능했는지 물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시기였기에 그 성공담이 더 궁금하기도 했다.
당시 동부제철은 기초적인 시장 자료 수집에 그치지 않고 참치를 누가 잡느냐까지 조사했다. 스타키스트(stockist)까지 가능한대로 모두 동원했다.
기술력은 이 같은 노력을 성공으로 견인하는 막판 동력이었다. 디퍼렌셜코팅(differential coating)은 철판 양면을 서로 다르게 표면처리를 하는 기술이다. 철판(석도강판)을 둥글게 말아 참치 캔을 만들 때 내외부는 부식이나 환경적인 성질을 고려해 서로 다른 성질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된다.

당시 동부제철에 가면 소비 트렌드에 관련한 얘기도 쉽게 들었던 것 같다. 경기가 침체되면 화장품 수요가 늘어나고, 가계 수입이 줄어들면 외식이 줄어드는 반면 가정에서 식사가 늘어나 통조림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는 등.

최근 근황이 궁금해져 수년 만에 담당 부서에 연락을 해봤다. 관계자는 웰빙 바람에 식관 수요도 줄고 조선산업이 쓰러지면서 18ℓ 유류 캔 사용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내수는 최근 몇 년간 매년 5%씩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작년 석도강판 생산량은 46만 t을 기록, 생산능력(45만t)을 웃돌았다. 가동률이 100%를 웃돈 것이다. 2014년 35만6000t으로 바닥을 찍었던 생산이 2015년 44만3000t으로 늘어나는 등 3년의 불황 시기에 상황이 오히려 나아진 것이다. 무역장벽을 세웠던 미국에서 되레 실적을 올렸고 동남아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2010년 전후 전 세계 참치 캔 시장의 4분의 1을 잡았던 동부의 노력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철강업계에 최소한 어떤 것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 혹은 자신감을 줄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때 동부제철 사업부에는 ‘위기 속의 기회’ ‘시장은 언제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