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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균질성 떨어지는 농축산물의 가공 한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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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균질성 떨어지는 농축산물의 가공 한계점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요즈음처럼 가뭄이 지속되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한숨을 쉰다. 물을 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수원을 하는 사람들은 과일의 당도가 올라가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지나칠 정도로 가뭄이 들면 심어 놓은 밭작물은 말할 것도 없고 과수나무들도 열매를 맺기 어렵다. 넓지도 않은 한반도이지만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다 보면 지역에 따라 과일 농사가 잘 되는 지역도 있고 잘 안 되는 곳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역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는 원료를 사용하여 가공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자 입장에서는 균일한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나주에서 생산되는 배를 기공하여 배통조림을 만들어 팔고 같은 회사에서 먹골배를 만들어 똑같은 배통조림을 만들어 파는데 나주배는 당도가 높은데 먹골배는 당도가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기후조건 때문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배 통조림 제품인데 어느 것은 맛있고 어느 것은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왜 같은 회사 제품이 이렇게 맛이 다르냐고 말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조림 가공을 하면서 설탕을 넣어 가당을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향을 첨가하여 각기 다른 지역에서 제조한 배통조림이라 할지라도 식품제조업자는 일정한 맛을 유지한 제품을 출하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농산물은 지역에 따라 혹은 강수량과 기후에 따라 품질이 다른 농산물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밀가루나 쌀가루처럼 분말화시켜 혼합을 통해 품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경우는 비교적 균질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채소류나 육류가공품의 경우는 정말이지 품질을 일정하게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1인 혹은 2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정간편식 제품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식품재료들이 적은 포장 사이즈로 포장되는데 그중에는 채소나 과일 또는 고기 덩어리 등이 덩어리 채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이 식품이 함유하고 있는 영양소 성분들은 얼마나 함유되어 있다고 포장재에 표현하는 부분에서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포장제품을 제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채소가 똑같은 것이 아니고 고기가 똑같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나 소비자단체에서는 왜 함량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냐고 말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도체나 공업 제품 같은 경우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기 한 덩어리를 포함시키는 요리에서 부위에 따라 지방의 함량이 다를 수 있어 단백질이나 지방의 함량을 포장재에 표시한 것처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식품 중에는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처럼 일정량의 영양소 함량을 지키는데 무리가 없는 식품군이 있는가 하면 채소나 과일조각 또는 고기 덩어리가 포함되는 경우 포장재의 용량을 모든 제품이 다 지키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한계를 모두 똑같은 법으로 단속하고 관리해서는 안 된다. 만들어지는 제품에 따라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농축산물의 특성상 균질성이 유지되기 어려워 포장재에 표기한대로 제조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나누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조금만 나서서 노력하면 이런 불편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이며 소비자단체에서 클레임을 요구하기도 전에 농축산물의 한계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앞으로 어떤 종류의 새로운 제품들이 소개될런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제도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방훼가 된다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의욕을 꺾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창의적이고 혁신제품을 원하고 있지만 이런 조그만 규제가 신제품을 만들려는 의지를 사전에 닫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