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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한국무용으로 표현된 일본군 성노예…김우석 안무의 '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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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한국무용으로 표현된 일본군 성노예…김우석 안무의 '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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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제56회 구미시립무용단 정기공연(5월 31일 오후 7시 30분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 김우석 안무의 『망향』은 일본군 성노예를 한국무용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위안부 소재의 문학, 미술, 연극, 영화, 음악, 드라마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무용 작품으로 무대화하는 것은 모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다. 궁금증을 안고 시작된 춤은 구미무용단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TV의 뉴스를 보듯 편안하게 전개된 도입부, 아나운서가 등장하고, 객석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의 대답에 화가 난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항변에 이어 소녀상 옆에 앉은 소녀가 보이고 그녀의 일생이 담긴 회상의 춤은 전개된다. 관객을 배려한 자막이 장면이 전환될 때 마다 뜨고, 각 장의 소제목은 춤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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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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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부문별 장점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은 미학적 상부구조를 배제하고 역사적 사실의 교훈적 부분을 슬기롭게 강조한다. 선율로 와 닿는 움직임들은 부드러움 속에 슬픔이 침화된 아픔의 상징이다. 노출된 스토리 보드, 그 객관적 기준위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몸짓 언어로 알레고리를 설정하는 것은 안무가의 창의적 발상을 요하는 작업이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저예산 창작무용, 지방무용단의 춤판, 비상임 단체의 공연이라는 무용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잔디구장이 아닌 맨땅에서 하는 축구처럼 거칠지 만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안무가는 동참을 유도하는 다양한 연희적 장치들로 집중을 이끌어내고, 주제에 접근하면서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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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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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무용, 역사, 연희를 고려한 인문학에 시적인 리듬감과 전통을 입힌 율동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춤의 본질에 접근하고자하는 안무가 김우석의 춤을 짜는 방식이다. 그의 장점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대중을 이해하는 낭만적 배려이다. 안무가의 배려는 관객들의 요구와 권리를 낳을 것이지만 안무가는 교훈적 사명을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망향』은 프롤로그: ‘뉴스(위안부에 관한)와 관객인터뷰, 할머니의 회상’ 1장: ‘평화로운 마을 어린 시절의 할머니’ 2장: ‘전쟁의 발발(일본군의 침입)’ 3장: ‘고초를 당하는 그녀들’ 4장: ‘광복-광복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들’ 5장: ‘귀향-집으로 향하는 그녀들’ 6장: ‘위로의 춤-힘든 날을 겪는 그녀들을 위로하며’의 프롤로그를 포함한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독무, 이인무, 사인무, 군무로 한국 창작무용의 미적 규범을 따르면서 희로애락의 장면 변화에 따른 완급・강약・농암을 조절하며 역동성을 추구한 『망향』은 조국을 위해 희생한 ‘별이 된 사람들’과 ‘살아남은 자들’의 처연한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풀어낸다. 춤으로 생각하는 안무가의 기지가 작동된 작품은 주어진 여건으로는 불가능한 희생의 산물이 분명했다.

광복의 환희로 거리의 태극기는 춤추고, 치마의 푸름과 붉음의 어울림이 희망으로 번져가지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망향』의 핵심 부분이다. 우리는 가벼운 봇짐을 든 두 소녀의 쓸쓸한 모습에서 역사를 읽는다. 나라가 약해 반복되는 역사는 공녀(貢女)・환향녀(還鄕女)・위안부(慰安婦)의 고리를 연상시키면서 슬픔을 고조시키는 구음과 국악가요, 악기가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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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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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안무의 『망향』. 사진=구미시립무용단

이 작품에서 많은 예술가가 선호하는 반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입부의 이인무가 반복되고 귀향한 소녀는 사내에게서 버림받는다. 귀향한 소녀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을 위무하는 장엄한 무리의 춤이 소녀를 감싸 안는다. 하늘에서는 별처럼 꽃이 떨어진다. 고조되는 구음에 슬픔을 가득 담은 『망향』은 과정의 소중함과 점진적 진전의 모습을 보이면서 종료된다.

전통적 춤사위와 현대적 동작들이 어울린 『망향』은 말없이 몸으로 실천하는 김우석 안무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다. 구미시는 구미시립무용단의 발전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기본 역량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변방, 영남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한국무용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춤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우석의 안무가로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