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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내 고철이 사라진 이유 “현대제철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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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내 고철이 사라진 이유 “현대제철이 원인?”

현대제철 패밀리사 및 그룹 벤더사 등록 증가… 경쟁 제강사 고철 부족은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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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윤용선 기자] 국내 고철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고철 물동량이 급감했다. 조선 중공업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부진이 고철 발생량을 감소케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의 다단계식 고철 구매도 유통량을 감소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 현대제철, 협력사 하부조직으로 패밀리사 운영 ‘공급 라인업 강화’
현대제철은 고철을 납품할 수 있는 협력사(구좌업체)의 하부조직으로 패밀리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 협력사 밑에 패밀리 업체들이 얼마나 등록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에 현대제철의 국내 고철 공급능력이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높아졌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대제철은 패밀리사 운영 이후 고철 구매를 할당제로 전환했다. 하루 필요한 양과 등급을 협력사에 통보하고 협력사는 패밀리사에 전달한다. 패밀리사가 하루에 납품할 수 있는 양은 차량 1~2대 물량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제철의 국내 공급 라인이 얼마만큼 확장되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제철 고철 협력사 직원들은 오후 2시만 되면 전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자신들의 물량과 패밀리사의 물량을 원하는 시간(황금타임)에 납품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패밀리사 운영과 할당제 도입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우선 국내 고철 잠김 현상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개선됐다. 패밀리사들은 등록과 함께 충성도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물량 잠금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또 하나 ‘공급과잉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고철을 구매할 만큼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할당제 실시로 공급사들은 ‘입고 통제’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고철 할당제도는 납품업체들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충분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 현대차 벤더사, 현대제철 고철 공급에 관심 ‘신뢰’

자동차 부품공장 고철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던 한 업체는 “최근 들어 취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한다. 현대기아차 벤더사들이 현대제철과의 거래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그룹사의 벤더사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수집하고 있다. 희망하는 업체들에 한해 패밀리사로 등록된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벤더사로 별도 관리되고 있다. 또한 고철가격도 상계단가로 적용된다. 주로 전월 가격 변동 폭을 다음달에 적용해 시황가격과는 차별된다.

현대제철은 과거 그룹 벤더사 고철을 연간 40만~50만t 수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지금은 얼마만큼의 물량이 현대제철로 납품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벤더사 등록 희망 업체들이 늘고 있어 과거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차 벤더사들이 현대제철과 거래를 희망하는 이유는 ‘신뢰’이다. 현대제철은 매월 상계단가를 통보한다. 벤더사들은 상계단가로 고철 가격을 알 수 있는 구조이다. 고철 업체들과 거래 시 구두상으로 통보되는 가격과는 신뢰 부분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현대제철 패밀리사 및 그룹 벤더사 등록 증가하는 것이 국내 고철 유통량 감소와 직결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현대제철의 고철 구매 파워가 세질수록 경쟁 제강사의 고철 부족 체감 온도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용선 기자 y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