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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박근혜 독대에서 "동생 가석방 건의…재단 출연금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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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박근혜 독대에서 "동생 가석방 건의…재단 출연금 얼마?"

SK, 대기업 총수 중 첫 증인 출석…檢, 재단출연금-사면 요청 추궁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65)과의 독대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당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등을 건의했고,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그룹 회장 중 첫 증인 출석이다.

재판장에서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으며, 약 40분간 독대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최 회장은 먼저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가벼운 인사말을 건넨 후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안부 인사를 건네자 최 회장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사면돼)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고 완곡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신만 먼저 사면돼 제수씨와 조카들을 생각하면 최 수석부회장이 교도소에 있는 것이 늘 미안한 마음이고 큰 짐이었지 않냐"고 묻자, 최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가정사 문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더이상 최 부회장의 가석방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말께 사생활이 화제가 되면서 이듬해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고 시인했다.

최 회장은 당시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 존재를 밝히고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을 원한다는 뜻을 스스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는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 결정 전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노 관장이 2015년 8월14일 증인(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머뭇거린 뒤 "들은 바 있다"고 대답했다.

또 검찰의 질문과 최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의 독대 자리에 안종범 수석이 합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ㆍ규제프리존 등 이슈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박 전 대통령이 "전문적인 얘기는 안종범 수석이 함께 들어야 한다"면서 대기실에 있던 안 전 수석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SK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총 111억원을 출연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재단에 출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독대가 이뤄진 뒤에는 최순실 씨가 재단 관계자들을 통해 '체육 인재 해외 전지훈련'과 시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필요한 예산 89억 원을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협상을 벌인 SK 임원들은 이런 과정을 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고, 최 회장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진술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