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들어주는 자의 미덕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7-06-23 10:59 (최종수정 2017-06-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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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가톨릭관동대교수(정보경영학박사,생각의돌파력저자)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나이 들어 가는 사람들이 이겨내야 할 관문이 있다. 말이 많아지는 걸 참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해야 문제도 풀리고 사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입을 꽉 다물고 있다고, 심지어 말도 안 통하고 시킨 일만 한다고 한다. 그 분들에게 간곡하게 전한다.

당신의 말을 1/3로 줄여라. 그리고 그들이 시작하게 하라. 꿀 먹은 벙어리들 이라고? 천만에.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들은 당신을 탐색 중이다. 당신이 들어 줄 사람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들이 고민하는 시간은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순간이다. 속 시원히 말해보라고 채근하지 마라. 억지로 끌려온 소가 쟁기질을 잘 할리 없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자리가 된다. 마음을 내보이는 것과 말을 내뱉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조용히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라.

올라갈수록, 늙어갈수록 왜 말을 참지 못하는 걸까?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 두 사람을 잠시만 관찰해보라.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걸까? 알고 보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있다. 동조해주기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본질은 설득이다. 그러니 뭘 좀 안다는 사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 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바쁘다. 상대는 씁쓸하게 입을 닫고 만다. 중증이 되면 윗사람이든 가족이든 누구의 말도 잘 안 들린다. 상대 의도를 넘겨짚는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말을 끊고 들어가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늘어놓는다. 그러니 상대의 진의나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이것은 필자의 적폐였다. 불세출의 광고기획가인 제일기획 유정근 부사장이 내게 잘 하시던 말씀, “자네 지금 내 말 안 듣고 또 딴 생각하지?”

경청(敬聽)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왕의 귀라는 것이다. 열개의 눈으로 상대의 표정이나 눈빛, 태도까지 들여다봐야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다. 잘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암세포가 자라게 된다. 과장하지 말라고? 암(癌)이란 글자는 입이 세 개나 필요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걸 산에 가두어놓고 막아버려 생긴 병이란 뜻이다. 장자의 제물론에 ‘음악소리가 텅빈 구멍에서 흘러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참된 소리를 내는 기본이라는 뜻이다. 혁신 기업, IDEO의 회의 문화 ‘Deep Dive’의 핵심도 다 같이 끝까지 듣고 모두 함께 결정하는 데 있다. 내 아내의 친구들이 내게 준 경고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현명한 대안을 바라는게 아니예요. 그냥 들어만 달라는 거예요.’소통의 법칙을 말해달라고? 내 경륜을 보태주겠다고, 시간이 돈이라고, 그래서 뭘 한마디 빨리 해야겠다는 마음부터 버려라. 늙을수록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글·김시래 가톨릭관동대교수(정보경영학박사,생각의돌파력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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