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는 우리경제의 생산•소비•투자 3대 실물지표가 과거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하고 ‘내수절벽’까지 현실화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동원하여 끊임없는 세일과 판촉전쟁을 벌였지만,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신정부는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경제전반에 과감한 구조개혁과 일자리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집권초기 인사청문회와 정쟁으로 인하여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추경을 편성하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경제회복노력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국경제는 외환•금융위기 등과 정보화가 빠르게 진화되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잃어 버렸다. 노동력이 늙어가고 자본투자를 메워줄 생산성도 별로이다. 경제성장에도 한계점이 깊어가면서 외부충격의 안전판인 내수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성장 동력까지 취약해 지고 있다. 이제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외국 기술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부상되는 반면, 전기전자•자동차•조선•철강•화학 등 전통적으로 우리경제를 받쳐 온 제조업들은 환차손 등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춘(Fortune) 글로벌500에서 과거 상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석유•자동차•금융 등이었으나, 2007년부터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1위를 차지하고 까르푸•알디•테스코•메트로 등 소매기업이 제조업을 앞서고 있다. 소매유통기업들은 한정된 진열대를 선점하기 위해서 축적된 자본, 기술, 정보역량을 총동원하여 자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성장 동력의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 기술표준 확립, 연구 공유 등 거시적 차원의 창조적 노력들이 실천되고 있다.
세계시장의 신흥 강자인 아마존이 육류•채소•과일전문점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하여 유일한 약점인 신선식품을 대폭 보강하고 있다. 이에 선두기업인 월마트는 거시적으로 시장쟁탈전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무인매장 온라인업체를 대거 M&A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시장에 상품이 넘치고 서비스 다양성을 요구하면서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경쟁만이 아니라, 조기 경영목표 달성과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조사들에게 경쟁우위를 지켜 나가는 유통생태계 전략이다.
유통기업의 생존조건은 소비자•생산자에게 이익을 우선하면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 우수 중소•벤처기업 발굴 등 건전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창조적인 노력이다. 한국 소매채널은 생산업자 정책을 완전하게 지배하고 있다. 이제 유통기업의 진열대에서 밀려나면 상품 수명과 기업의 수명도 빠르게 단축된다. 소매기업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면서, 제조업에게 창의적인 상품개발과 서비스 창출, 그리고 원가절감 등 시장도태 또는 적자생존 중 양자택일(兩者擇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소매기업들은 이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일본 간사이 슈퍼’라고 불리는 부산 서원유통(슈퍼마켓·SSM), ㈜다이소아성산업의 다이소(Daiso), 보광그룹의 CU(편의점) 등 업태별로 성공한 대기업•강소기업들이 신흥 산업국가의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을 통해 측면지원방식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