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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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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식품첨가물이 아니다. 잔류농약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품첨가물이 해롭다고 생각하였고 잔류농약이 우리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이것들은 하나같이 동물실험을 통하여 우리가 먹더라도 안전한 한계량을 설정하고 그 한계량보다도 적게 첨가하거나 뿌려서 인체의 생명에는 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왔던 것들이다.

이에 비하여 세균들은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취약한 부분이라도 있다면 이를 통해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들이다. 물론 2시간 만에 그러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균들이 신체 안으로 들어와 소화기관의 벽에 붙어서 자생을 시작하면서 증식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또 설사, 구토 등의 현상을 접하게 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두 시간은 너무 빠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일정시간 환기를 시킨 새 아파트에 이삿짐을 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새집 증후군 증상을 토로해 낸다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오염된 정도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세균에 관한 오염사고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인 분석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30여 년 전 미국에서 아이들이 햄버거를 먹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대장균(E. coli) O157 가능성을 손꼽았는데 이 사건과는 별도로 이루어진 조사에서 매우 불쾌할 정도로 고기를 도축하고 처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밝혀졌다. 값싼 임금을 쓰기 위하여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여 도축장에서 햄버거용 소고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면서도 손을 씻지 않는 모습이 소개된 바 있었다. 불법 체류자들이 위생에 대한 어떠한 의식도 없이 자신이 하고픈 대로 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물론 후일 이 문제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2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사고로 7명이나 죽음을 초래한 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이 무렵 대장균 O157이 고추장이 포함된 배지에서는 거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결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서 우리네 국민은 김치나 고추장 등 고춧가루를 평소 많이 먹는 편이라서 혹여 이런 세균이 체내에 들어오더라도 쉽게 발병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를 먹고 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햄버거병 접하면서 위생에 관한 문제와 식품안전을 위해서 외식업체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에서 오염되는 일은 순식간이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자유롭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따라서 평소 외출하고 돌아오면 꼭 손을 씻어야 하는 일이며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라도 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너무 냉장고를 과신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식품의 경우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의 지구를 물려 줄 수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염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소의 내장에서 나오는 대장균을 우리는 분뇨나 퇴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안전하다고 방심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 주변에 무방비 상태이다 싶은 지하수의 오염문제 때문이다. 목축장에서 나오는 이런 세균들이 지하수로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며 오염된 지하수를 유기농 채소에 사용하는 경우 오염 가능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유기농샐러드를 먹고 수천 명이 식중독을 일으키고 수십 명이 죽음을 맞이한 경우를 보더라도 세균의 오염은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 여부를 떠나서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균형 있는 식사습관을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저 안전한 식품만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미세한 사각지대에 우리 자신이 언제든지 노출될 수도 있는 일이며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다소 적은 수의 세균 침투 정도는 스스로 헤쳐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슬픔에 젖어 있는 유가족들에게는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우리의 적이 세균임을 명심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