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하여 세균들은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취약한 부분이라도 있다면 이를 통해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들이다. 물론 2시간 만에 그러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균들이 신체 안으로 들어와 소화기관의 벽에 붙어서 자생을 시작하면서 증식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또 설사, 구토 등의 현상을 접하게 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두 시간은 너무 빠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일정시간 환기를 시킨 새 아파트에 이삿짐을 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새집 증후군 증상을 토로해 낸다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오염된 정도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 20여 년 전 일본에서도 사고로 7명이나 죽음을 초래한 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이 무렵 대장균 O157이 고추장이 포함된 배지에서는 거의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결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서 우리네 국민은 김치나 고추장 등 고춧가루를 평소 많이 먹는 편이라서 혹여 이런 세균이 체내에 들어오더라도 쉽게 발병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를 먹고 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햄버거병 접하면서 위생에 관한 문제와 식품안전을 위해서 외식업체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에서 오염되는 일은 순식간이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자유롭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따라서 평소 외출하고 돌아오면 꼭 손을 씻어야 하는 일이며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라도 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너무 냉장고를 과신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식품의 경우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의 지구를 물려 줄 수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염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소의 내장에서 나오는 대장균을 우리는 분뇨나 퇴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안전하다고 방심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 주변에 무방비 상태이다 싶은 지하수의 오염문제 때문이다. 목축장에서 나오는 이런 세균들이 지하수로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며 오염된 지하수를 유기농 채소에 사용하는 경우 오염 가능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유기농샐러드를 먹고 수천 명이 식중독을 일으키고 수십 명이 죽음을 맞이한 경우를 보더라도 세균의 오염은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 여부를 떠나서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균형 있는 식사습관을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저 안전한 식품만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미세한 사각지대에 우리 자신이 언제든지 노출될 수도 있는 일이며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면 다소 적은 수의 세균 침투 정도는 스스로 헤쳐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슬픔에 젖어 있는 유가족들에게는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우리의 적이 세균임을 명심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