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000억원 대의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진 메이플세미컨덕터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을 살펴보았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으로 잡힌 단기차입금은 총 287억1157만7000원이다. 장기차입금은 기업은행, 산업은행, 산은캐피탈, 삼성생명보험 등에 총 62억9702만5000원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은행이 날벼락을 맞은 것일까. 뜻밖에도 업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신탁으로 이 회사 보통주의 9.30%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 또한 1.78%를 보유중이다. 자기자본투자(프랍)를 통해 사들인 것이 아니다. 이 회사를 통해 자금을 맡긴 고객의 돈이다.
NH-Q캐피탈은 사모펀드다. 관계자는 "NH-Q캐피탈의 경우 최근 3년 누적수익이 47.5%"라며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로 들어간 100억원이 전액 손실로 처리된다 해도 수익이 38% 정도로 줄어들 뿐"이라고 말했다.
은행측의 경우도 손실의 적잖은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현금성 자산(33억8256만8000원), 단기금융상품(62억9545만4000원), 장기금융상품(9억6850만5000원)은 전부 다 예적금이다.
또한 국민은행, 산업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은 이 회사의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등을 담보로 잡고 있다. 당장은 익스포져가 많아 보이나 계산해보면 손실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주위에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몇억원을 투자했다고 상담을 요청해온 개인이 여러명 있다"며 "이 회사 지분의 적지 않은 수준을 개인투자자가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뜸했다.
취재 도중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비상장사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결국 이들 투자자도 '선수'일테니 문제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박의 꿈을 꾸고 거액의 돈을 쏟아넣은 사람과 사기꾼, 둘 중 어느쪽이 문제일까.
지난해 불거진 이희진 사태는 장외주식의 위험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번에는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까지 노렸고, 기관투자자도 주목하던 회사에 대한 투자 위험이 드러났다.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금융투자협회의 장외거래 플랫폼인 K-OTC가 있지만 거래가능종목은 122개에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날도 많다.
언제까지 투자자만 피눈물을 흘려야 할까.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