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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오뚜기야? 부끄러워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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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오뚜기야? 부끄러워 하지마!

오뚜기 로고.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오뚜기 로고. 사진=오뚜기 홈페이지 캡처
카레로 유명한 기업 오뚜기가 갑자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청와대 초청 기업)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기업 경영의 가치보다 낮은 제품의 품질 때문이다.

식품업체에서 가장 많은 소비재군을 확보하고 있는 게 바로 오뚜기다. 오뚜기 관계자는 간혹 농 섞인 말로 "제품이 너무 많아서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을 한다.
맞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수천여개의 제품을 다 기억할 순 없다. 반대로 수천여개의 제품이 쏟아지는 회사도 드물다. 물량전에서 오뚜기를 따라올 식품업체는 없다.

그렇다보니, 연일 터지는 게 식품 이물 문제다. 기본적으로 식품제조는 자동화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다. 사람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불량제품이 나올 확률도 크다는 거다. 특히 제품군이 다양한 오뚜기 같은 곳은 하루에도 수십건의 불량제품이 쏟아질 개연성이 있다.

식품은 매일 구입해 먹는 소비재다. 가격에 민감하고, 제품불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곧바로 불매운동에 돌입한다. 어쩌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한 몸에 받는다. 매일 식탁에서 봐야하는 것이 때문이다.

바로 오뚜기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다. 오뚜기는 당분간 제품의 가격도 못올릴 것이고, 어쩌다 이물질 사고가 터지면 애써 쌓은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려야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제품수가 많으면 리스크는 더더욱 커진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 누군가에게 과한 관심을 받으면, 지난 과오 한두개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 있다. 그래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이고, 걱정인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식품사에 길이 남을 영광스러운 일을 오뚜기가 해냈다. 더욱 의미 있는 건 남들에 의해 그 가치가 인정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뚝이스럽다. 사실 회사명으로 쓰는 오뚜기는 틀린말이다. 오뚝이가 맞다. 그래서 간혹 오뚜기는 한글날 국어교사로부터 항의를 받는다고 한다. 오뚜기가 아니라 오뚝이 아니냐는 것인데, 그런 작은 관심에 웃고 넘어갈 오뚜기가 이제는 과한 관심으로 걱정 반 설렘 반 좌불안석이다.

갓뚜기라는 별명도 관심의 반증인데, 오뚜기는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지금 즐기고 누려야 오뚜기보다 못한 대기업들에게 제대로 반면교사감이 될 수 있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